추곡수매가의 인상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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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추곡수매가 결정을 앞두고 소폭인상을 주장하는 경제기획원과 25%이상 대폭인상을 주장하는 농수산부간에 심한 의견대립이 예년과 마찬가지로 되풀이되고 있다.
경제기획원이 소폭인상을 주장하는 논거는 안정화 작업의 추진에 차질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는데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중곡가를 뒷받침할 재정능력이 없는 만큼 한은의 발권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이것은 통화증발→물가상승→도시근로자 가계압박을 초래, 결국 안정화 저해라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자세다.
주곡자급이 바람직한 것은 물론이나 이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할 수는 없으며 필요하면 값싼 외국산 쌀을 수입해다 먹으면 된다는 논도 있다.
이에 대해 농수산부는 식량안보와 이를 위한 주곡자급에 정책의 최우선순위를 두어야 하며 따라서 쌀값의 결정은 농민들의 생산의욕을 고취할 수 있는 선에서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자면 최소한 일반물가상승을 보전하고 농가교역조건이 균형을 이루도록 해주어야 하는데 지난 1년 간 식료품 외의 물가상승률이 30%선을 넘어서고 농가교역조건이 악화된 사정을 감안하면 25%이상 인상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공산품가격은 대폭 현실화시켜 물가를 크게 올려놓고 농산품의 주종인 추곡수매가는 억누른다는 것은 균형을 잃은 정책이라 할 것이다.
물가안정이라는 측면에서 보더라도 쌀값의 계절적 파동을 막으려면 정부가 조절미를 비축하고 있어야 하고 도시근로자 생계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도 이중곡가제의 유지는 필요하다.
양특적자문제만 해도 재정흑자를 적자보전에 충당한다면 통화증발없이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 아닌가.
앞으로의 문제는 차치하고 우선 현 시점에서 이중곡가제 혹은 고미가정책으로부터 후퇴하는 것이 반드시 옳으냐하는 문제는 비단 경제적 관점에서뿐만 아니라 사회안정, 그리고 정치·군사면의 안보의 견지에서 다뤄져야 할 것이다.
우리 농민들은 아직 소득의 45%를 쌀 생산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동안 고미가정책을 펴왔다고 하지만 농가소득은 도시근로자소득보다 저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올해 농사는 영농자재값 상승에 노임인상이 겹쳐 다른 어느 때보다 영농조건이 불리했던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소·돼지·채소 값의 폭락으로 농가소득은 어려운 여건 속에만 있었다.
이런 시점에서 추곡수매가마저 농민들의 노고를 외면한다면 물가안정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더 큰 것을 잃을 우려가 있다.
최소한 생존에 필요한 식량자원의 확보는 모든 정책에 우선해야 한다는 전제를 놓고 관계당국간의 이견이 높은 차원에서 조정되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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