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리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경기장에 모이는 사람들은 세 가지로 나누어진다.
평소에 기른 힘과 기술을 직접 서로 겨루는 운동선수들과 이를 응원하며 즐기는 관객, 그리고 관객들을 상대로 하는 상인들.
고대 「아테네」에서 「올림픽」경기가 한창일 때, 희랍의 철인들은 상금이나 명예를 위해 싸우는 선수들보다 순수한 「보는 재미」를 위해 찾아든 관객들을 더 높이 여겼다.
사람의 마음은 본래 자유롭다.
그러나 그 자유로움도 명성이나 이득의 유혹에는 약하다.
그리고 한번 유혹에 빠지면 그 사람은 부자유스러운 노예나 마찬가지가 된다. 이게 희랍 철인들의 생각이었다.
오늘부터 전국체육대회가 열리고 있다. 전국에서 모인 선수·응원단·상인들이 이미 대전시가를 메우고 있다.
고대「아테네」시민들과 우리와는 엄청나게 다르다. 관용을 제일로 손꼽던 철인들도 이제는 없다.
그러나 「올림픽」의 정신만은 변함이 없다. 적어도 그래야 한다. 『…놀면서 서로 겨루는 경쟁은 옛날부터 삶을 충실하게 만들고 마치 효모처럼 문화의 여러 형식을 키워냈다.』
「놀이」에서 문화가 나왔다고 보는 「호이징거」의 말이다. 그에 의하면 「프로」화한 「스포츠」에서는 순수한 「놀이」의 맛이 없다는 것이다. 「아마추어리즘」이 대접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포츠」는 인간이 만들어낸 위대한 문화의 하나이기도 하다. 그것은 생활을 즐기기 위해서도 또는 현대사회를 건강하게 살아나가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오늘의 「스포츠」경기는 따라서 선수들만을 위한 것도 아니다. 관객들만을 위한 것도 아니다.
대회장에 모여드는 누구나를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 그러자고 해마다 베풀어지는 전국대회이기도 하다.
우리네와 같이 전국의 남녀노소가 모두 「스포츠」의 전 종목에 걸쳐 한자리에 모여서 겨루는 전국적인 체전은 외국에는 드물다. 지방별로 겨루는 대회는 더욱 없다.
우리의 체전은 단순히 선수들의 기록을 재기 위한 자리만은 아니다. 그럴 기회는 따로 많다. 제 고장 자랑에 도취하기 위한 자리는 더욱 아니다.
물론 그저 즐기자고 있는 자리도 아니다. 「스포츠」가 젊은이들을 위한 경기인 시대는 이미 지났다. 그것은 온 국민이 즐길 수 있는 「놀이」인 것이다.
그런 「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더 한층 일깨워주기 위해 마련된 체전이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열전 6일. 거기엔 사실은 승자와 패자가 있을 수는 없다. 누구나가 즐길 수 있고 누구나가 참가하는 참다운 「스포츠」의 제전이 되어야 한다. 그런 순수한 체전으로 탈바꿈할 때도 됐다. 이젠 환갑이 다된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