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이라크戰에 잔뜩 움츠려 조만간 대화에 다시 나설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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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고위 당국자는 10일 "이라크 전쟁과 지난달 말 실시한 한·미 연합전시증원연습(RSOI) 등이 북한을 긴장하게 만들었다"며 "이 같은 원인들이 해소되면 조만간 10차 남북 장관급회담 같은 당국 대화가 다시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북한 군부가 잔뜩 움츠려 있는데 김용순(金容淳)노동당 비서 등 회담 일꾼들이 대화에 나서겠다고 할 수 없을 것"이라며 "반팔 옷을 입게 되는 여름 이전에 회담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국자는 `바그다드 중심가의 후세인 동상 철거를 지켜본 김정일(金正日) 등 북한 지도부가 어떤 충격을 받았겠느냐`는 기자 질문에 "생각하는 바는 있지만 그대로 말하기에는 조심스럽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당국자는 "우리의 이라크전 파병 결정을 북한이 심각하게 생각하는 듯하다"며 "북한은 이런 식으로 한·미 공조가 잘 되면 북한과의 이른바 민족 공조가 밀리는 것 아니냐는 제로 섬(zero-sum)게임방식의 사고를 버리고 병존이 가능한 합리적 자세로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북송금 의혹에 대한 특검제 도입 때문에 북측 대남사업 종사자들이 조마조마하고 불만을 가질 수 있겠지만 이를 마치 남측이 남북대화를 안하려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북핵 문제와 관련한 다자 해법 움직임에 대해 그는 "최근 중국이 확실하게 북·미 양자대화를 지지하다가 (다자대화와의) 병행 쪽으로 가는 것은 독자 판단이라기보다 북한과의 대화 속에서 감지한 결과가 아니겠느냐"며 "북한이 결국 다자 대화를 수용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와 함께 북한 외무성이 지난 6일 `미국과의 불가침 조약도 전쟁을 막을 수 없다`고 언급한 데 대해 "아직 핵문제와 관련한 대외 정책의 노선변경이라 보기 어렵지만, 북한이 어떤 각본을 가지고 하는 움직임이라며 징후가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영종 기자yj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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