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환율논의의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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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금리와 환율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는 것은 그만큼 경제동향에 문제점이 깊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리나 환율조정은 예고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논의가 계속되는 것 자체가 경제동향을 왜곡시킬 염려가 없지 않다.
따라서 금리나 환율문제를 공개적으로 켸계 거론하는 것은 백해무익하다고 아니할 수 없는 것이며, 정부는 그러한 논의가 계속되지 않도록 정책방향을 보다 명백히 실증적으로 제시해야 할 것이다.
김재무가 환율과 금리는 연내에 절대 조정하지 않겠다고 명백히 선언한 것은 정책방향을 명시적으로 밝혔다는데 뜻이 있는 것이나 그러한 언명의 공신력에 대해서 국민이나 경제계가 어느 정도로 평가할 것이냐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지난날에는 절대 없다는 언명의 메아리가 사라지기도 전에 실제정책은 구체적으로 반전되는 일이 오히려 많았음을 국민이나 경제계는 너무나 명백히 기억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의 공신력문제를 생각할 때 환율조정이나 금리조정이 없다는 정책천명보다는 그런 일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국민이나 경제계가 실감할 수 있도록 정책자세를 보다 분명히 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한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지난 6월말까지만 해도 모든 경제지표가 정책방향과 부합되었던 것이며, 때문에 모두가 긴축을 통한 안정화시책이 말로만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실증되고 있는 것으로 신뢰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구제금융의 보편화정책자금의 대담한 방출, 유출금융의 이례적인 완화, 석유류 가격의 이례적인 인상, 물가동향의 악화, 그리고 긴축재정의 해제를 뜻하는 추경예산의 편성등 시책으로 상반기에 보여준 안정화의 의지가 계속적으로 뒷걸음질치는 것같이 투영된 것은 숨길 수 없다.
그 때문에 통화금융 정세가 다시 이완되고 그럼으로써 통화환수요인의 약화, 환율인상을 예상하는 수입대가, 그리고 국제수지의 지속적인 악화경향이 두드러질 뿐만 아니라 비심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실정이다.
하반기에 보여준 이들 정책적인 이완현상이 결과적으로 환율조정 불가피론과 금리인상론을 불러일으키고 있음을 고려한다면 환율과 금리를 손대지 않기 위해서는 긴축과 안정을 위한 정책자세를 다시 한번 확실히 보여주어야 마땅하다.
본난이 계속 지적한바 있듯이 환율과 금리에 손을 대지 않으려면 투자수준을 절대적으로 억제해야하는 것이며, 실업과 도산을 두려워하는 엉거주춤한 안정화시책으로써는 사태를 제대로 수습하기 어려울 것이다.
실업이나 도산이 늘어나는 것도 싫고 중화학건설은 계속되어야하며 수출지원은 곧 자금지원이라는 안역한 정책자세가 지속되는 한 자금방출은 계속되어야하고 자금방출 쪽을 막을 수 없으니 결국 자금환수장치를 해야한다는 것이 다름 아닌 금리인상론이고 환율 조정론이 되는 셈이다.
거듭 말하거니와 환율과 금리를 손대지 않으려면 예외 없는 투자억제로 총수요를 강력히. 늘러야 하는 것이며 투자억제시책이 본궤도에 들어서야 비로소 방만한 자금방출이 억제되어 안정화의 경제적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 지금처럼 예외를 만들어 자금누출의 길을 정책이 스스로 마련한다면 결과적으로 환율과 금리에 손대지 않을 수 없을 것임을 지적해두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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