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만들기 50년…가죽이 생명|재료 찾는데 만 6개월 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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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규모를 확대한 제4회 인간문화재 공예작품전에서 첫 대통령수상자 (상금2백만원)가 된 박균석씨(61)는 이번 수상을『전혀 뜻밖입니다』라며 감회 깊어한다. 올해 환갑을 맞았으며 성성한 백발이 인상적인 박씨에게 영광을 안겨준 법고. 절에서 의식용으로 쓰는 북으로 높이 1.5m에 북의 지름이 1.8m나 되는 대형 북이다.
『이렇게 큰 북은 기술이나 특히 재료구입이 까다로와 만들려는 사람이 거의 없죠. 이번 출품작도 좋은 재료를 찾는데 꼬박 6개월이 걸렸고 제작기간만도 6개월이 걸렸읍니다.』 피나무로 만든 북통의 표면에 삼베로 곱게 바른 뒤 단청으로 무늬를 놓는다. 보다 본격적인 작업은 맑고 공명있는 소리를 울려줄 가죽의 선택이라고 한다. 한국재래종 황소여야하는 것이 첫째 조건이며 병력이 없어야하고 가죽에 상처가 없는 것을 으뜸으로 친다. 파리가 쏜 구멍도 없어야 할 정도로 재료선택이 까다로운데 가죽 무두질을 하며 몇배로 팽창시켜 나가야하기 때문이다.
『12세 때 당숙에게서 생활의 한 방편으로 배웠는데 지금껏 생업이 되고 있습니다. 만들어지는 과정은 기재나 재료의 발달로 다소 편해졌지만 가죽처리법 같은 것은 전통적인 방법을 그대로 쓰고 있어요. 그래야 가죽이 잘 누그러지지 않고 소리가 좋답니다』라고 한다. 현재 대형 북의 수요는 거의 없기 때문에 전수생도 드물고 더우기 지정된 인간문화재가 없어아쉬움을 가졌던 분야다. 『큰북을 다룬 솜씨가 뛰어나고 꾸밈이나 생김새에서 거의 흠 잡을데가 없다』는 심사평을 들은 박씨의 수상은 그래서 더욱 값지게 느껴진다.
경주불국사(71년) 수덕사(73년)에 법고를 만들어 주었으며 전수생을 2명 두고 있다. 슬하에 5남매를 두었으며 군복무중인 2남이 가업을 잇기 위해 전수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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