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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월드컵] 네이마르, 벤치서 독일과 싸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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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허리 부상으로 브라질 월드컵 잔여 경기 출장이 불발된 브라질 축구대표팀 공격수 네이마르가 벤치에서 독일과 맞선다. 스콜라리 브라질 감독은 선수들의 투지를 살리기 위해 독일과의 4강전에 네이마르를 벤치에 앉히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브라질리아 로이터=뉴스1]
4골 넣은 독일 뮐러

지구 반대편 브라질 생활이 한 달이 다 돼 간다. 아내(이혜원)와 딸(리원)·아들(리환)이 브라질에 잠시 다녀갔는데, 하필 한국이 진 알제리전만 보고 돌아가 안타까웠다. 중계센터에서 해설위원으로 변신한 ‘콜롬비아의 사자머리 레전드’ 발데라마(53)도 만났다. 그의 후계자가 득점 선두 하메스 로드리게스(6골·콜롬비아)다. 축구보다 더 어려운 해설 준비로 밤잠을 설치다보니 어느덧 월드컵이 단 4경기 남았다.

 브라질과 독일의 4강전(한국시간 9일 오전 5시·벨루오리존치의 미네이랑 경기장)은 생각만 해도 설렌다. 양 팀 키 플레이어는 ‘팀(team) 브라질’과 토마스 뮐러(25·독일)다. 브라질은 네이마르(22·바르셀로나)가 콜롬비아와 8강전에서 척추 골절 부상을 당했다. 이번 대회 4골을 터트린 에이스가 전력에서 이탈했지만 브라질 선수들은 오히려 더 똘똘 뭉치고 있다. 브라질 선수들이 수영장에서 단체로 양팔로 ‘T’자 제스처를 취하며 찍은 사진을 봤다. ‘T’자 사인은 평소 네이마르와 동료들이 주고 받는 제스처라고 한다. 다비드 루이스(27·파리 생제르맹)가 “형제와 같은 네이마르를 위해 우승하겠다”고 말하는 등 브라질 선수들 모두 비장함에 가득 차 있다.

 브라질 신문을 보니 브라질이 결승에 오를 경우 네이마르가 허리에 주사를 맞고 뛸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브라질축구협회 관계자가 가능성이 없다고 단언했지만, 네이마르의 진통제 투혼 의지는 동료들을 더욱 뜨겁게 만들 것이다. 루이스 스콜라리(66) 브라질 감독은 선수들에게 투지를 불어넣고자 독일전에 네이마르를 벤치에 앉히는 계획까지 추진 중이다.

 독일의 슈바인슈타이거(30·바이에른 뮌헨)는 “네이마르의 부상은 브라질 선수들을 더욱 뭉치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계했다. 브라질의 마르셀루(26·레알 마드리드)는 8강을 앞두고 조부가 세상을 떠났지만, 동료들 옆에서 할아버지를 애도하겠다며 장례식도 불참했단다.

 브라질은 ‘어게인 1962’를 외치고 있다. 브라질은 1962년 칠레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에이스’ 펠레(74)가 부상 낙마해 대회 2연패가 불투명했다. 하지만 아마리우도(74)와 가힌샤(작고)가 공백을 메우며 우승했다. ‘첼시 듀오’ 윌리안(26)과 오스카(23)가 ‘제2의 아마리우도와 가힌샤’가 될 수 있다. 윌리안은 지난 시즌 첼시에서 경기당 2.6회 키 패스(득점 기회를 만드는 패스)를 기록했고, 오스카는 1골·2도움을 기록 중이다.

 그러나 주장 겸 중앙수비 티아구 실바(30·파리 생제르맹)의 경고누적 결장이 뼈아프다. 브라질은 강력한 수비와 조직력을 기반으로 하는 팀이다. 조세 무리뉴(51) 첼시 감독도 “네이마르보다 실바의 공백이 더 크다”고 우려했다. 대체자는 독일 분데스리가 최고 센터백으로 꼽히는 단테(31·바이에른 뮌헨)다. 누구보다 독일 선수들을 잘 안다.

나도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이탈리아 세리에A 페루자 소속으로 이탈리아 선수들의 특징을 파악하고 있었기에 골든골을 넣을 수 있었다. 독일은 ‘바이에른 뮌헨 축소판’ 같다. 프랑스와 8강전 베스트11 중 6명이 B.뮌헨 소속이다.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주축이던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우승팀 스페인처럼 톱니바퀴 조직력을 보이고 있다. 특히 뮐러는 25살밖에 안 됐지만 이번 대회 4골 포함 월드컵에서 벌써 9골을 터트렸다. 비록 결선 토너먼트 이후 득점포가 침묵하고 있지만 승부처에 강해 좋은 활약이 기대된다. 세리에A 시절 상대한 필리포 인자기(41·이탈리아)처럼 위치선정 감각을 타고났다.

 요아힘 뢰브(54) 독일 감독이 ‘필립 람(31·B.뮌헨) 시프트’를 재가동할 수도 있다. 중앙 미드필더 슈바인슈타이거와 사미 케디라(26·레알 마드리드)가 대회 직전 부상 여파로 체력 저하를 보임에 따라 조별리그 때처럼 람을 중앙 미드필더로 올릴 수 있다.

 브라질은 이번 대회 파울 1위(96개), 경고 1위(10개)다. 오죽했으면 슈바인슈타이거가 “브라질은 마술 같은 축구만 하는 것이 아니라 거친 태클 역시 일부가 됐다”고 쓴소리를 했을까.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우승을 이끈 로타어 마테우스(53·독일)는 “독일에는 ‘수비수는 우승컵을 가져오고, 공격수는 모든 영광을 얻는다’는 말이 있다”며 수비를 강조했다. 독일은 2006년부터 아름다운 기술축구를 추구하고 있다. 브라질전에는 마테우스 말처럼 과거처럼 힘과 높이를 앞세운 전차군단의 모습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리우 데 자네이루=안정환 중앙일보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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