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물에 절인 쌀밥 찍어 먹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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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울진=김창회 최돈오 기자】소련에 39일간 역류되었다가 풀려나온 제3삼광호 (73.5t 선장 마경숙 44) 가 7일 하오 5시40분쯤 모항인 경북 울진군 후포항에 입항, 선원 34명이 부두에서 기다리고있던 선원가족 1백여명 등 1천여 주민들의 마중 속에 귀환했다.
어부들은 배에서 내리자 그립던 모국 땅을 밟는 감격에 일제히 만세를 불렀다.
어부들은 소련의「나호트카」항에서 계속 배 위에서 억류돼 있었으며『소련당국이 주는 쌀과 밀로 밥을 지어 소금물에 찍어먹고 지냈다』고 그동안의 억류생활을 전했다.
어부들은 대부분 초췌한 모습이었고 선장 마경숙 씨는 신경쇠약증세로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들은 후포항에 도착한 후 부두에서 가족 1명씩과 5분가량 만나 재회의 감격을 나눴고 곧이어 후포수협 2층 회의실에 마련된 임시숙소로 옮겨져 경찰 등 관계당국에 의해 나포경위 등을 조사받았다.
이들은 당국의 조사를 받고 2∼3일 후 가족 품으로 돌아갈 것으로 알려졌다.
어부들은 지난 7월26일 대화퇴 부근에서 조업 중 갑자기 기관고장을 일으켰고 통신마저 출력이 약해 두절됐으며 표류 이틀만인 7월28일 상오 11시쯤 갑자기 소련 해안경비정이 나타나 무장한 소련병사 2명이 배위로 뛰어올라 권총을 들이대며 배를 끌고 갔다고 나포 당시를 전했다.
소련 경비정은 제3삼광호를「나호트카」항까지 예인했으며 8월10일「나호트카」재판소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고 했다. 소련 해안경찰의 심문과 재판과정에선 한국교포가 통역을 맡았으며『기관고장을 일으켜 어쩔 수 없이 영해를 침범했다』고 주장했지만 유죄판결이 나왔다고 했다.
억류동안 계속 배 안에서 지냈고 심문도 배 안에서 했으며 무장병사 2명이 감시했고 어부들의 소지품은 검사 후 모두 되돌려받았다고 했다.
질이 나쁜 소련제 담배와 성냥이 매일 지급됐으며 식수는 충분히 공급됐으나 황토물이 많아 설사하는 어부가 많았고 목욕을 못해 피부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제3삼광호는 7일 하오 4시쯤 후포항 3「마일」밖의 항에 도착, 예인해온 해경 묵호기지대 소속 경비정 503함 (5백t 함장 이제학 경감) 에서 울진경찰서소속 경비정1호 (25t) 에 인계돼 울진보건소장 조성완 씨 (34) 등 5명의 의료진으로부터「콜레라」예방접종 대변검사용 검역과 간단한 건강진단을 받은 뒤 상륙했다. 검역 및 건강진단은 울진군 수산과 지도선 (25t) 을 타고 나간 30여명의 보도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뤄졌다.
선체는 40개의 오징어집어등 중 25개가 파손됐으나 별다른 고장이 없고 후포항 선일조선소에서 점검을 받고있다.
선원들은 후포수협 2층 회의실에서 비빔밥으로 저녁을 먹고 식사 후 회의실 바닥에「비닐」장판을 깔아 임시숙소를 마련, 첫 밤을 보냈다. 회의실은 자정이 넘도록 불이 켜져 있었으며 어부가족 50여명이 앞마당에서 방안의 동정을 지켜보며 밤을 지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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