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교양] '김승희·윤석남의 여성이야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2면

김승희·윤석남의 여성이야기/김승희 지음, 윤석남 그림/마음신책, 1만1천원

김승희(51)씨와 화가 윤석남(64)씨는 여성주의 시각을 바탕에 깔고 작업하는 작가들이다.

한국 사회에서 페미니즘이 제대로 발아하지 못했던 시절에도 그들은 여성으로 이 땅에서 살아가는 일의 고단함을 작품 속에 녹여 이야기해 왔다.

'딸이었다가, 어머니였다가, 할머니가 되는' 세상 여자들이 평생 원형질처럼 품고 사는 사랑과 분노와 허무에 대해 두 사람은 척척 죽이 맞는 글과 그림을 내놓았다.

"남성은 '인간'과 유사한 말이지만 엄마와 딸은 그것이 부인된 비독립적 인격체…그런 점에서 모녀는 스스로 자기 빛을 발산할 수 없는 달의 숙명성을 공유한다"고 김 시인이 모녀 사이의 치명적 사랑을 읊으면, 윤 작가는 빨래판과 나무판에 새긴 '어머니, 딸들'이란 설치미술로 그 피내림을 표현한다.

"적어도 나는 엄마처럼 살지는 않을 테야!"라는 '엄마 죽이기 선언문'을 채택한 첫 세대임을 자임하는 김 시인은 "자식으로부터 멀찍이 독립할 수 있다면 더 아름다운 엄마.아내.아줌마, 더 아름다운 인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정재숙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