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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 환자들이 신문을 만든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리버어스』(리버드)(재생·Rebirth)란 주간신문이 있다. 국립정신병원에서 환자의 치료를 목적으로 환자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이색 신문이다.
73년6월8일에 창간 6년동안 한번도 거른적이 없는 이 신문은 4절지 4「페이지」에 일일이 손으로 써서 등사로 밀어내는 보잘것없는 신문이지만 여기 실리는 글과 그림등은 모두 환자들이 정성들여 만든 것이다.
이 신문에 실린 시와 산문, 그리고 그림등이 모두 상당한 수준들이라 읽는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정신병자와 천재의 머리는 종이 한강 차이』란 말이 있다. 『리버어스』지에 비친 환자들의 의식세계를 살펴보면 과연 이 말이 실감된다.
이 신문에 발표된 환자들의 작품들은 자신의 의식세계를 보다 더 솔직하고 대담하게 표현하고있어 일반인들로서는 감히 생각할 수 없는 의식의 세계를 창조하기때문이다.
「…(전략)파란 하늘에 떠있는/조각 구름을/나라고 했더니/누나는 나를 미쳤대요/밤 하늘에 반짝이는/별이/내 어머니래서/누나는 나를 미쳤대요/아직도 나는/황혼에 갇혀서/비를 뿌리는 기러기를/기다리고 있었더니/그래서 누나는 나를/미쳤다나 봐요.…(하략) …』<27세·남자>『누나는 나를』이란 제목의 이 시는 정신병환자의 작품이라 하기엔 의외로 우수하다고 의사들은 평하고 있다.
이 시에 등장하는 누나는 누나일 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을 이야기하는 것이며 아무도 자기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담당의사는 풀이하고 있다.
환자들의 작품 대부분이「갈망」과 「애원」과 「호소」로 가득차 있다.
『…당신은 깊은 사랑으로 저를 돌봐 주셨습니다. 당신의 순아는 오직 그 사랑 속에서 행복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당신을 기다리게 하고 계시군요.
지난 수요일도 또 오늘도 와 주시지 않는군요 (매주 수요일은 면회일). 싫어요. 기다리게하시는건. 티없이 맑은 가을하늘처럼 환한 웃음으로 저를 찾아주셔요. 초조와 불안속에 벗어날 수 없어요. -잠을 잊은 밤에 당신의 순아가.』<26세·여자>『기다림』이란 제목의 이 글은 남편을 그리워하는 목마름으로 가득차있다. 병력은 1년.
『기다림』과『그리움』은 이 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모든 환자의 공통된 갈망이기도 하다.
서울 성동구 중곡동 국립정신병원엔 현재 5백여명의 환자가 수용돼 있다. 『리버드』는 이곳에 수용돼 있는 환자들의 특수치료의 한 방법으로 발행되고 있다. 특수치료과의 김유광과장 말에 따르면 환자들은 보통 사람보다 더 솔직하고 대담하게 자신의 의식세계를 그림이나 글로써 표현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이들 마음의 상태를 파악,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의「프라이드」를 살려 그들로 하여금 가치창조의 기쁨을 느끼게 하여 잃었던 적응력을 키워 병을 고치게 한다고 했다.
『「워즈워드」를 아세요?』『압니다. 시인 말이지요. 』『그 사람이 우리삼촌이에요.「르느와르」아시지요?』『네, 화가 말이지요.』『「르느와르」의<기도하는 소녀>아시지요? 그게 저예요. 아버지가 제사진을 어렸을때「르느와르」한테 갖다줬죠」『…?』『저는 갈거예요. 언제든지 비행기가 대기해있죠. 빨간불 파란불이 있는데 언제든지 빨간불만 켜져있어요.』18세의 이소녀는 과대망상증으로 입원했다. 말하자면 기억에 있는 모든것이 자기와 직접 관련이 있다고 믿는 증상인데 증상의 원인은 소녀의 아버지가 데리고 온 후처와의 관계에 있었다고 의사는 설명하고있다.
이 병원서 하고있는 특수치료는 비단 신문제작뿐만 아니라 음악·미술·공작·수예·심리극 (사이코·드라머)등 모든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김유광 과장은 정신병이란 그 말대로 병인이 마음에 있기 때문에 정신요법이 더욱 중요시 된다고 했다. 또『정신요법은 사회와 적응할수 있도록 하는 적응요법이라 할 수 있으며 이의 구체적인 방법으로 사회요법·작업요법·직업요법등이있다』고 덧붙였다.<김준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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