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인천』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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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뜨거운 대지위로 지친듯이 굴러가는「탱크」, 땀에 젖은 병사들의 항렬, 하늘을 덮은 포연과 황토먼지, 그속을 헤치고 쫓겨가는 백의의 군상들, 울부짖음과 포성과「캐터필러」의 소음….
칙칙폭폭 숨 가쁘게 달려가는 기차의 처연한 모습은 더한층 전장의 긴박과 비장감을 돋워 준다.
이것은 TV화이에 비친『오! 인천』이라는 영화의「로케이션」장면이다. 6·25의 모습은 실황이든「드라마」든 우리에겐 언제나 생생한 악몽으로 되살아난다.
미국의 신설영화두인「원·웨이·프러덕션」이 기획한『오! 인천』은 지금「테런스·영」감독에 의해 우리나라에서 촬영중이다. 「영」감독은「007시리즈」를 통해 오악영화의 극치를 보여준 재능가. 더구나 「로런스·올리비에」「제임즈·메이슨」「오마·샤리프」등 낮익은 배우들도 여기에 참여하고있다.
『모정』·『전송가』등 한국동난을 배경으로 한 외국의 인상적인 명화들도 있었거늘, 「영」감독의『오! 인천』은 6·25를 어떤모습으로 보여줄지 궁금한 바도 없지 않다.
이 영화의「로케이션」장면을 보며 문득 생각나는 일들이 있다. 그 하나는 6·25와 같은 민족적·역사적 사건을 겪은 우리는 아직도 그것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키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움이다.
물론「시대적인 상황」이라는 한계와 특수한 여건은 남아있다.
그러나 이것이 해소되기 위해서 우리는 아직도 얼마나 오랜시간을 두고 그것을 기다려야한단 말인가. 영구의 미제일수 만은 없지 않은가.
그것은 외국인이 만든 정도의 감동을 주는 영화조차 우리의 손으로 만들어진일이 드물다는 사실만으로도 변명의 여지가없다.
또하나 다른 문제. 바로『오! 인천』을 촬영하기 위해 차고속에 2년이나 버려두었던 우리의 기차를 굴린 일이다. 영화촬영을 위한 쓸모로는 드문 일이지만, 멀쩡한 그것을 버려두어야하는 비생산적인 사고가 좀 답답하다.
이웃 일본은 고철이나 다름없는 옛날의 SL(증기기관차)들을 재생해서 일본인들의 환호를 자아냈다. 어느 관광지엔 이 기차를 한번 타보려는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세상을 흔들어 놓기도 했다.
호사가들의 한가한 유재같지만 그러나 옛것에 대한향수랄까, 애착심을 쉽게 저버리지 않는 그들의 따뜻한 마음은 다소 선망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우리 나라의 그 좋은 풍광하며, 그나마 사라져가는 옛것들하며…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문제는「아이디어」와 성실성에 있다. 외국인의 손으로 만들어지는 영화 한폭으로 인해 새삼 감회가 없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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