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한국경제 무엇이 문제인가(4)|천·「달러」소득단계의 경제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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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한국경제의 최대 과제는 「인플레」 억제와 산업구조의 조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지금까지 석유문제와 관계 없이도 물가가 언제나 너무 많이 올랐다.
「인플레」는 한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이긴 하지만 특히 올해는 석유문제까지 겹쳐 석유값 인상을 구실로 「인플레」가 보다 광범하게, 또 심각하게 확산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인플레 억제에는 긴축이 최선의길>
석유값 인상을 계기로한 물가상승, 국민의 「인플레」심리등을 억제하는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그렇다고「인플레」를 방치해두는한 경제적으로는 경제활동 전반의 후퇴를 초래할 것이고 사회적으로는 특히 저소득층의 불안감을 조성하는등 사회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한국은 74년의 제1차 「오일·쇼크」를 무난히 극복해 고도성장을 유지할수 있었다.
이번의 석유문제도 물론 타격은 크겠지만 미·일·서독등 선진국에 비해서는 그 영향이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일등 선진국의 경우는 GNP(국민총생산)를 1% 제고시키는데 1%의 석유가 필요하지만 한국등 개발도상국의 경우는 경제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석유수입 절대량도 선진국에 비해 소규모이기 때문에 석유문제가 한국의 GNP에 미치는 영향은 선진국처럼 심각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석유값 인상을 구실로한 물가의 펀승 인상을 막는 「인플레」억제시책에 더욱 주력하는것이 소망스럽다. 「인플레」 억제를 위한 최선의 시책은 역시 긴축이다.
긴축의 효과는 적어도 1년반은 지나야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나마 그 효과도 서서히 나타난다.
한국정부가 올들어 경제안정화시책을 펴고 있는것은 때늦은감은 있으나 매우 타당한 조치로 평가하지 않을수 없다. 긴축의 과정에서는 기업·가계모두가 괴롭기 마련이다.
그러나 괴롭다고 「인플레」를 방치해두면 경제문제를 넘어 사회문제로까지 비화된다.

<노사문제·빈부차등 사회의 안정이 끽긴>
통계를 보면 GNP가 2백∼5백 「달러」선일 때와 1천 「달러」를 넘어 2천 「달러」에 이를 때가 사회적으로 가장 불안하다.
2백∼5백 「달러」시기는 공업화가 시작되어 인구의 도시집중이 현재화할 때다. 1천∼2천「달러」시기는 노사문제, 빈부의 격차등 이른바 산업화사회에 있어서의 여러가지 문제가 야기된다.
한국은 1차 고비는 무난히 넘겼지만 지금은 바로 두번째 고비를 맞고 있는 셈이다.
이를테면 조정기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은 특히 군사적으로도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극한상황에 놓여있다. 따라서 한국의 당면과제는 심각한 「인플레」를 억제해 경제적인 안정을 도모하는 것은 물론 사회적인 안정도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를 위해서는 무리한 성장정책보다 안정정책을, 그리고 긴축의 효과가 나타날때까지 적어도 1년반 종도의 조정기간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제조정기를 맞아 염두에 새겨두어야 할 것은 산업구조 조정과 소득의 공평한 분배, 그리고 국민의 인내다.
GNP가 1천 「달러」미만일 때는 산업구조가 경공업위주로 단순해도 성장은 이룩될 수 있다. 그러나 2천「달러」를 바라보는 단계에서는 중화학공업중심의 산업구조 확립이 불가피하다.
중화학공업 중심의 산업구조 조정은 국제경쟁력, 국내의 산업기반 등을 도외시해서는 안된다.

<불과수년의 인내가 내일의 번영의거름>
한국은 해외자본 의존율과 GNP의 수출의존도가 매우높다. 따라서 한국의 중화학공업은 어디까지나 고용을 흡수하면서 수출경쟁력이 높은 산업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재조정하는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조선공업 육성이 현단계에서 과연 유리한지는 의문이다.
앞에서도 지적했둣이 두번째 고비를 맞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사회적 불안은 절대 금물이다.
빈부의 격차는 바로 사회적 불안의 불씨가 되며 따라서 고소득층 중과, 저소득층 보호를위한 누진세를 중심으로하는 세제확립도 시급히 강구되어야할 것이다.
한국경제는 그동안 다소 무리는 있었지만 훌륭한 발전을 이룩해왔다. 이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인플레」억제, 산업구조재조정, 사회적 안정구축등 해결해야할 문제를 하루 빨리 처리해야 한다.
긴축속의 가계의 어려움은 모든 선진국들도 다겪는 것이다. 내일의 번영을 위해 오늘의 약간의 괴로움은 참지않으면 안된다.
국민 개개인의 불과 수년간의 인내야말로 내일의 번영의 거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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