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엣」에 "사랑의 편지"쇄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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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해마다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오면 주소를 「북극」으로 하고 수취인을 「산타」할아버지로 적은 편지들이 서구의 나라 우체국마다 많이 몰려든다는 이야기는 이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최근 영국의 「텔리그래프」지는 「줄리엣」이라는 이름의 수취인에게 보내는 사랑의 편지가 해마다 2천 통쯤 「이탈리아」의 「베로나」시로 몰려온다고 보도, 낭만은 우리시대에도 살아있음을 전해주고 있다.
「셰익스피어」 작 『로미오와 줄리엣』의 무대가 「베로나」 시이기 때문에 주소를 그쪽으로 하는 모양인데 「베로나」 시에서는 편지가 너무 많이 몰려들자 최근 신판 「줄리엣」 양을 선임, 보내오는 「낭만」에 일일이 답장을 보내주는 성의를 보이고 있다.
신판 「줄리엣」양은 방년 22세의 처녀 「파올라·셀라」 양. 공식직함은 시청 연극·「페스티벌」과의 직원으로 되어있다.
그녀는 원 「줄리엣」 처럼 비극적인 성격이 아니라 쾌활하고 사교적이며 「베로나」 대학에 다니는 「프란체스코」라는 청년과 약혼중이다.
「줄리엣」에게 보내오는 편지의 나라별 순위는 미국·「프랑스」·「이탈리아」·서독·영국 순이며 제3세계에서도 간혹 보내오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로미오」에게 보내오는 편지는 전혀 없다. 「셀라」 양은 답장을 쓸 때 타자기를 쓰지 않고 반드시 「펜」으로 쓰며 보내 오는 사연에 따라 3행에서 길게는 3장정도의 장문의 답신을 보내는데 때로 실연의 사연은 원 『로미오와 줄리엣』 만큼이나 비극적인 내용들이 있더라고 말하고있다.
편지는 주로 10대에게서 보내 오지만 때로는 중년의 「로맨스」에 관한 절박한 인생상담도 섞여있다는 것이다.
만인에게 한번쯤은 감동을 주는 『로미오와 줄리엣』이 그런 형태로 살아있는 것은 잡지에 실리는 「인생상담 란」 무미건조한 응답보다는 한결 멋이 있을지 모르겠다. <런던=장두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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