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는 늘어나 생활은 향상되어도…세계각국마다 고민. 불평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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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는 말이 있듯이 잘 살면 잘 사는 대로 고민과 불평이 있는 것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나라마다 형편은 다르지만 「에너지」문제와 실업·「인플레」등의 공통적인 고민 속에 저마다 나아진 면보다는 못해진 면을 불평하는 소리가 크게 들린다.
놀랄만한 성장의 부를 누리고 있는 일본은 각 국의 경이적인 눈초리를 한 몸에 받으면서도 국민들의 불만은 전에 없이 높아가고 있다.
자가용차를 갖는 것이 별 자랑이 안될 정도로 부유해졌지만 자동차의 소음과 햇빛을 가리는 고층 「빌딩」이 이들의 큰 불평거리가 됐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일본의 급속한 경제성장을 감탄하고 있지만 생활의 불만도를 측정한 한 여론조사결과는 일본국민이 미국국민보다 2배정도가 자신이 불행해졌다고 대답한 것은 무얼 뜻할까.
일본은 미국의 GNP를 능가하려 애쓰고 있지만 세계최고를 기록하고 있는 미국의 청소년범죄율에서 열심히 추격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노국으로 오랫동안 세계경제의 뒷전에 물러있던 영국은 북해에서 기름이 쏟아져 나오면서 전에 없는 생기를 찾고 있지만 국민들은 「대처」신내각에 관한 토론이 바쁜 것 같다.
북해유전이 가져다줄 부의 향유보다는「대처」신임수상의 정치역량에 더 관심이 큰 것이다.
EEC(「유럽」공동체)조차도 영국국민들의 머리속에는 경제기구로서보다는 대영제국의 일부정도로 생각하길 좋아하니 말이다.
냉정한 서독국민들은 「인플레」·실업 등 일련의 불안요소에 직면하면서 『혼자 힘으로는 안되겠다』는 판단아래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와의 관계 개선이 원만히 진행되고 있지만 소련의 핵위협에 늘 불안해하고 있다.
서독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불만은 『서쪽 정치는 잘하면서 왜 동쪽 정치는 그 모양이냐』는 것이다. 불과 3년전에만 해도 국민들의 불만은 그 반대였었다.
「유럽」의 경제열등생으로 일컬어지는 「이탈리아」국민들은 여전히 행복해 보인다. 7%의 실업률과 15%에 달하는 「인플레」에도 별 불안한 기색이 없다.
다른 나라들은 한 방울의 석유를 아끼려고 부산이지만 이들의 휘발유소비량을 비롯한 개인소비는 제법 늘어나고 있고 극장과 「오페라」·음악회는 여전히 만원이다.
소련은 25년 동안의 국내정치의 안정 속에서 상당한 생활수준의 향상을 이룩했지만 이제는 그 나아진 생활수준 때문에 생겨나는 국민들의 분만에 직면해있다.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니까 주택난이 새로운 불만으로 등장했고 미국문화의 대명사로 비판했던 이혼율도 새로운 사회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석유 값을 마구 올려 당연히 풍요로워야 할 중동의 국민들은 전쟁의 공포 속에서 불안에 떨고 있다. 「이란」사태 등 나라안 분규도 문제려니와 석유가 인상에 따른 강대국들의 보복조치가 있지나 않을까, 혹은 과격분자들이 유전을 폭파해버리지 않나로 고민하고 있다.
동남아국가들은 급속한 수출확대정책에 힘입어 이제 겨우 생존의 문제를 벗어났지만 잘 사는 나라들이 여전히 부러울 수밖에 없다.
미국과 「유럽」국가들이 보호무역장벽을 높이자 한국은 섬유수출에 큰 구멍이 나게 됐고 대만은 「컬러」TV를, 「홍콩」은 「플라스틱」인형을 어떻게 내다 팔지 걱정이다.
가장 불만이 적어야 할 나라는 「스위스」다. 물가는 다소 오름세에 있지만 여전히 3%선에 머물러있고 실업률은 1%미만이다. 석유위기 속에서도 부족을 느끼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스위스」국민들이 현재의 생활에 만족을 타나내고 있지만 그래도 한쪽에서는 『세금이 너무 많다』는 불편이 그치질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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