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텄던 "원내 대화 정치" 고비 못 넘기고 시들어|헌법특위안 둘러싼 「여야의 속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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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임시국회가 회기닷새를 앞두고 좌초됐다.
개회벽두부터 몇 차례 아슬아슬하게 고비를 넘겨오던 국회는 신민당이 제안한 「헌법관계특별위구성결의안」의 운영위상정·심의를 요구한 야당과 정기국회로 미루자는 여당이 맞서 마침내 여당단독국회를 초래하고 말았다.
가장 큰 불씨로 여겨지던 김영삼 총재의 대표질문을 자제와 인내로 극복한 여야가 의외로 복병을 만난 셈이다.
야당은 본회의에 발의·보고된 의안을 긴급조치 위반을 이유로 여당이 심의를 거부한 것은 『모든 정치를 원내로 수렴하여 헌법에 관한 시시비비를 대화로 가려보자』던 박준규 공화당 의장서리의 제안을 여당 스스로가 파기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여당은 이 결의안을 정치적 판단에서 의안으로 「접수」는 해주었지만 법적으로는 긴급조치에 정면으로 위배돼 다룰 수 없다는 주장이다. 유정회의 원내 대책회의에서 율사출신의 일부의원은 특위안의 접수자체가 위법이니 반려해야한다는 주장을 폈었다.
특히 야당이 상정·심의에 그치지 않고 「처리」까지를 요구해 설사 폐기시켜 버린다 해도 정기국회에서 또 다시 제안할게 확실하기 때문에 이중으로 고역을 치를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 같다.
반면 신민당은 민주회복의 구호를 내걸고 김영삼체제 출범 이후 처음으로 맞은 국회에서 「이철승 시대」와는 원가 다른「실적」을 남겨야 한다는 계산아래 상위거부결정을 내린 것 같다.
김 총재의 대표질문 「톤」이 예상보다 낮았다고 해서 당내 비주류와 일부 재야세력의 비판을 받고 있던 주류 측은 투쟁의 「제물」로 특위안을 택한 셈이다.
이제까지 대여온건 투쟁자세를 보여왔던 전 주류가 김 총재중심의 신주류를 난처한 입장으로 몰아넣으려고 강경론을 들고 나온 것으로 판단한 주류 측은 비주류의 발목을 자아버리겠다는 전략까지 겹쳐 강경방향으로 급선회한 것이다.
여야가 서로 한 발짝씩 물러서지 않는 한 여당단독의 변칙국회를 초래한 지금의 사태가 호전될 전망은 없다.
이 같은 사태는 모든 정치를 원내로 끌어들여 대화로 해결함으로써 새로운 여야공존의 가능성을 보였던 정국분위기를 깨뜨려 앞으로의 여야관계나 9월 정기국회에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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