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다 빈 병에도 프리미엄 붙인 얌체 상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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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며칠전의 일이다. 목욕을 마치고 오면서 아이들 성화에 못 이겨 상점엘 들러「사이다」2병을 샀다. 그런데 상점주인이 1병에 1백80원씩 3백60원을 내라고 해서 언제 그렇게 올랐느냐고 물었더니 요즘음료수 병이 귀해서 공병 값 30원을 더 붙여 돈을 받았다가 병을 가져오면 빈 병 하나에 30원씩 거슬러 준다는 것이다.
개운치 않았지만 그런가 보다하고 2병을 사서 집으로 왔다.「사이다」를 많이 먹지 않아 잘 모르지만 병 당 1백20원씩 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에누리없이 1백50원씩에다가 병 값까지 따로 30원씩을 더 낸 게 아무래도 억울하고 아까워서 이튿날 큰아이를 시켜 병을 들려보냈더니 빈 병 하나에 10원씩 쳐서 20원을 주더라는 것이다.
따지기도 귀찮아서 그만 두어버렸지만 곰곰 생각하니 분하기 짝이 없었다. 요즘 시세말로 음료수 한 병에도 상당한「프리미엄」이 붙은 셈이다.
음료수 한 병에 정해진 가격이 있다면 병까지 합쳐서 나온 금액일텐데 병 값은 따로 받는가하면 팔 때는 30원씩 붙여서 팔아놓고 자기네들이 살 때는 10원으로 둔갑을 해버리는 상도덕은 어느 나라의 법이란 말인가.
또 어른이 아닌 아이가 갔다고 해서 하룻밤사이에 오리발 내놓는 가게 운영자들은 그런 대로 수지를 맞출지 몰라도 소비자는 어디에다 항의를 해야 하는가 말이다. 이리 떼고 저리 시달리는 게 서민들의 주머니다.
물건의 품귀현장이 오고 수요와 공급의 불규칙현상이 잦은 게 어제오늘의 이야기만은 아니지만 이제 제철이 다가온다 싶어 벌써 음료수 1병에까지 턱도 아닌 중간상인들의 횡포로 실제상 가격을 올려 받으니 정작 더위가 더한층 기승을 부릴 때는 얼마나 심해질까 걱정이다.
병 당 1백80원씩이나 하는「사이다」를 마시느니보다 보리차 한잔으로 다가올 여름더위를 이기는 게 현명할 것 같다. 오옥희<서울 성동구 중곡동 244의20호·성도생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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