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黨 믿다간 총선 때 추풍낙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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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팔달이 지역구인 남경필(南景弼)의원은 예일대 경영학 석사와 뉴욕대 박사과정을 다녔다. 그가 올해 방송대 경제학과에 편입했고, 중간고사 시험도 봤다. 방송대 동문에 다가가기 위해서다. "대선 패배 뒤 바닥 흐름과 동떨어져 있었음을 실감했다. 민심에 가까이 가기 위한 수단"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하남의 김황식(金晃植)의원은 지난 설 연휴 때 지역 윷놀이대회만 하루 22곳씩 이틀간 챙겼다. 한두잔씩 술까지 걸쳐 이만저만한 강행군이 아니었다. 요즘도 지역에서 산다. 그는 "대선 때 지역구에서 진 1천여표를 생각하면 서울에서 약속을 잡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바짝 긴장해 있다. 17대 총선이 1년 앞인데 대선 때 영남.강원과 수도권 몇 곳을 제외하곤 모두 졌기 때문이다. 중앙당의 지원을 기대하는 의원들도 없다.

당내 의원들은 높은 지지율을 보이는 영남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을 부러워하나 노무현 대통령의 출신지인 PK(부산.경남)쪽 의원들의 얼굴엔 불안감이 보인다.

부산 출신 정형근(鄭亨根)의원은 "현지 유권자들 사이에선 갈수록 '현 정부는 부산 정권'이란 생각이 확산하고 있다"며 "긴장하지 않으면 낭패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실제 최근 지역 언론의 여론 조사에서 절반 가량이 총선에서 현역 의원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해 비상이 걸렸다. 영남 출신의 중진 의원은 "부산의 반쯤, 경남의 3분의1, 대구의 한두개, 경북은 2~3개 지역이 盧대통령 쪽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고까지 말했다.

당권에 도전한 대구의 강재섭(姜在涉)의원도 "지역에선 언제까지 한나라당을 찍어야 하느냐는 민심이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수도권은 더 심각하다. 거침없이 중앙당에 대한 불신을 토로한다. 수도권 한 소장파 의원은 "당에 아무런 애정이 없다"며 "이대로 가면 노쇠 정당, 제왕 정당 이미지를 벗지 못해 우수수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탈당설.정계개편설의 원인이 되고 있다. 당 주변에선 새 정부의 사정(司正) 가능성에 대한 우려와 전망도 들린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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