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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근 묻고 조희연·김석준 답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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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근 기자 중앙일보 비주얼에디터
격동의 70년대를 함께 건넜던 서울대 사회학과 75학번 입학 동기 3인. 송호근 교수(왼쪽)가 서울과 부산의 교육 지휘관이 된 조희연(가운데)·김석준(오른쪽) 교육감에게 애정과 비판이 공존하는 다양한 질문을 던졌고, 조·김 교육감은 시종 솔직한 태도로 정성껏 답변했다. [박종근 기자]

조희연과 김석준, 두 화제의 인물이 나란히 들어섰다. 졸업 후 35년이 지났지만 예전 청년 느낌은 그대로였다. 다만 김석준은 정치세파에 단련된 모습이 역력했고, 조희연은 낭만적 표정에 현실감이 더해졌을 뿐이다. 75학번 사회학과 동기로서 우리는 서로 손을 덥석 잡았지만 세계관의 충돌이 빚어낸 약한 스파크에 감전되는 것을 어찌하지 못했다. 조 교육감은 서울대 재학 중 유신 반대 운동을 하다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투옥된 뒤 진보 지식인이자 시민운동가로 활동했다. 김 교육감은 부산대 교수를 지내며 여권의 아성인 부산에서 진보정당 국회의원·시장 후보로 나서 거듭 고배를 마셨다. 그런 그들이 6·4 지방선거에서 교육감에 당선됐고 전국 진보교육을 이끌어갈 예정이다. 수월성 교육이냐 평등 교육이냐의 줄다리기 속에 진보교육감들은 자율형 사립고 폐지를 약속했다. 대신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이 시작한 혁신학교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들은 전교조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단안을 내려야 한다. 세월호 참사 이후 유권자의 표심을 이들은 어떻게 해석하고 있을까, 한국의 교육을 어떻게 뒤집어 놓을까? 갈등 요소가 켜켜이 쌓인 교육 현장에서 빗나가지는 않을까, 길을 잃어버리진 않을까. 대담자는 말을 아꼈다. 대신 보수의 우려와 진보의 기대를 어깨에 짊어진 두 사람에게 시간을 줬다.

송 : 서울대 사회학과 동기들이 서울·부산의 교육 지휘관이 돼 자부심을 느낍니다. 당선이 확실해졌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요.

 김 : 실감이 안 났습니다. 매번 떨어져만 봐서 얼떨떨했습니다.

 조 : 전 선거일 오후 출구조사가 알려지면서 이겼다는 소문이 났었습니다. 김 교육감은 진보정당 한다고 부산에서 너무 고생해 당선되길 무척 기원했습니다.

 송 : 1990년대 초 운동 노선이나 세계관을 바꾼 이들이 많습니다. 정권이 수차례 바뀐 과거 35년 동안 이념이나 가치관의 일관성을 유지하며 새로운 시대를 여는 위치에 오른 것은 주목받을 만한 것 같습니다.

 김 : 부산대 제자·졸업생·동료 교수들 앞에서 최근 고별 강연을 했는데 가치와 신념을 훼절시키거나 바꾸지 않고 승리를 일굴 수 있어 나름대로 큰 자부심을 갖는다고 얘기했습니다.

 조 : 진보의 가치를 견지하며 막중한 위치에 오른 것 자체가 사회의 변화를 뜻하는지도 모릅니다. 국민의 마음이 종북 논쟁이나 이념 논쟁을 떠나 훨씬 개방적으로 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사회 변화에 대한 열망도 크다고 봅니다.

 송 : 세간에서는 두 분이 친북, 종북이 아닌지 우려하고 있는데.

 김 : 선거 막판 부산에선 보수 후보들이 소위 ‘색깔 공세’를 폈습니다. 저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얼굴도 한 번 못 봤고, 이정희 대표와도 2011년 말 통합진보당 부산시당 창당대회를 열 때 처음 만났습니다.

 송 : 김 교육감은 이정희 대표나 이석기 의원의 통합진보당과는 노선이 전혀 다르다는 겁니까?

 김 : 진보정당이 필요하다고 여기지만 노회찬 전 의원, 심상정 의원 등과 함께 북한 체제에 대해선 명확히 반대합니다. 당선 후 신고식을 화려하게 치렀습니다. 6월 6일 현충일에 부산 충혼탑에서 화환을 올리려 기다리는데 한 노인이 다가와 멱살을 잡고 ‘어떻게 빨갱이가 아이들을 가르치느냐’고 하더군요. 옷이 찢어질 정도가 됐는데, 부산에서 제가 가야 되는 길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어 마음을 다잡아야겠다고 느꼈습니다. TV 토론 때도 좌파, 종북이라고 공격하길래 제 고향이 경북 봉화라 “전 종북이 아니고 경북입니다”라고 했습니다.

 송 : 조 교육감도 그런 논란에 휩싸이지 않았나요.

 조 : 서울에선 이념 논쟁이나 종북 공세가 별로 없었어요. 교육감에 안 나왔으면 한국 진보사상의 동아시아적 조명이라는 책을 내려 했습니다. 주사파냐 아니냐, 북한 체제를 반대하느냐 안 하느냐의 차원이 아니라 세계사 속에서 어떻게 국가 사회주의가 붕괴할 수밖에 없었느냐, 그리고 러시아 혁명으로 20세기가 막을 올렸지만 왜 ‘야만화된 사회주의’냐 ‘문명화된 자본주의’냐의 선택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막을 내렸는지를 연구하고 싶었습니다. 소련·중국·북한 등 동아시아의 사회주의 세 유형이 상이한 경로를 겪었는지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송 : 예나 지금이나 조 교육감은 여전히 학구적이군요. 아무튼 그동안 교육감은 주로 교육 전공자들이었어요. 이번엔 사회과학이나 다른 학문을 전공한 사람들, 좀 폭넓게 생각했던 사람들이 맡는 시대로 접어들어 기대도 많은 것 같습니다. 바꿔 말하면 사회 저변의 개혁 없이는 교육개혁도 곤란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교육개혁을 위해 사회의 어떤 부분을 주목하고 있나요?

 조 : 출마 전 『병든 사회, 아픈 교육』이란 책을 냈는데, 병든 사회를 치유하는 사회적 개혁의 일부로서 교육 개혁이란 시각으로 접근하려 합니다. 교육이 사회적 문제나 모순의 집중, 결절점에 놓여 있어요. 저는 ‘교육 개혁’이 곧 시대정신이라는 인식이 생겼다고 봅니다. 물론 진보교육감들이 다수가 됐지만 현재 교육으론 안 되겠다는 합의인 거지, 앞으로 어떤 교육이어야 한다는 선명한 청사진과 합의는 없다고 봅니다.

 김 : 부산은 80년대 이후 계속 침체돼 인구만 두 번째고 경제·사회·정치적으로 제2도시라는 말이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교육만은 특별시’란 선거 슬로건을 내걸었지요. 교육은 우수한 인프라를 이미 갖고 있기 때문에 교육을 제대로 세우면 지역을 바꾸는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송 : 한국의 주입식 교육은 과거 산업화 시대에 맞는 것이었지요. 경쟁력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성공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지요. 그러나 우리 교육이 앞으로 어디로 나가야 될지 방향은 아직 선명하지 않습니다. 교육은 계층상승의 통로였지만 지금은 막혔습니다. 교육이 오히려 계층을 재생산하는 도구가 돼 버렸다고 생각하진 않나요.

 조 : 60~70년대엔 서양 지식을 빨리 암기하고 따라잡는 추격 교육이 있었습니다. 개인 간 경쟁을 촉발하는 교육 시스템이었는데, 이젠 낡았습니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교육 개혁은, 예를 들어 박근혜 대통령이 말하는 국가·사회 개조의 일부로서의 교육 개조인데 선진 시스템으로 바꿔야죠. 지금은 승자나 패자 모두 불행하고 고통스러워합니다.

 송 : 두 교육감의 공약을 봤더니 평등과 격차 해소가 키워드였습니다. 그걸 위해 일반고로 자원과 정책의 초점을 옮기겠다는 건데, 엘리트 경쟁으로 치고 나가야지 21세기에는 오히려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습니다.

 김 : 정보화 사회에는 소수 엘리트의 역할이 컸다면, 꿈이 상품화되는 ‘드림 소사이어티(dream society)’에서는 창의력이 중요해질 겁니다. 일반고 살리기나 학생의 잠재력 키우기는 국·영·수 잘해 SKY대학(서울·고려·연세대) 가서 안정된 미래를 보장받기 위한 틀이 아니라, 어디 가서 무얼 하더라도 자기 역량을 개발하고 미래를 열어갈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걸 말합니다. 이에 더해 부산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괜찮은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굳이 다른 지역으로 가지 않더라도 미래를 열어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합니다.

 조 : 수월성 교육을 부정하지 않는 대중 교육의 현대적 전환을 해보려 합니다. 80%가 대학에 가는 대중 교육이 후진적인 만큼 선진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암기형 대중 교육은 추격 산업화 단계에선 적합했지만 경제 선진국이 돼 창의력이 필요한 시대엔 맞지 않습니다.

 송 : 두 분의 논지에 동의합니다만 여전히 이상적으로 들립니다. 보수교육감들도 그런 방향의 개선책을 내놓았지만 성과는 별로 없었어요. 그렇다면 그런 수단이 혁신학교입니까.

 조 : 혁신교육은 한 실험입니다. 초·중학교 때는 자유·창의 교육을 전면 시행하는 것을 1단계로 해보고 싶습니다. 대학이 바뀌지 않으면 고등학교는 안 바뀌는데, 현행 대입 체제가 있으니 평준화된 고교에서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한 경쟁은 용인하자는 겁니다. 하지만 초·중학교까지는 잠도 자고 놀고 문예체 교육도 해야 합니다. 지금 초·중학교 교육은 아동학대나 청소년학대 수준입니다.

 송 : 그것도 이상적으로 들리긴 마찬가집니다. 대학 입시가 있는데 학부모들이 놀고 자게 내버려 둘까요? 대학과 싸울 각오 없이 외치는 교육개혁은 공염불 아닐까요? 그래서 몇 년 전 노무현 정부 당시 서울대 폐지론도 나왔지요.

 김 : 권한 밖이지만 중·고교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감들이 서열화된 대학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문제제기를 끊임없이 하고, 그걸 통해 교육부에 정책 변화를 요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학부모 변화도 이끌어 내야 합니다. 그런 숙제가 진보교육감들에게 와 있습니다. 교육운동 진영에선 서열화된 대학제도를 바꾸자는 논의가 오래전부터 다듬어져 왔습니다. 국립대 통합네트워크나 혁신대학 100개 조성 방안 등입니다.

 송 : 서울에선 어떤 정책을 펼 예정이신지요?

 조 : 1단계는 일반고 살리기입니다. 74년 박정희 대통령이 고교 평준화를 시행했듯 이제 제2의 고교 평준화가 필요합니다. 다음 단계가 대학입시 개혁입니다. 그런데 교육감의 권한을 벗어납니다. 그래서 어떤 경쟁시스템이 필요한지 국민적 토론이 필요합니다. 경쟁을 부정하지도 수월성 교육을 부정하지도 않지만, 우리 사회처럼 학벌은 월급 차이를 넘어 평생을 관통하는 특권 자격증이 되는 불평등사회를 낳았습니다.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고용 형태도 인정할 수 있지만 정규직 보수의 90%는 받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좋은 대학에 가려는 경쟁이 완화될 겁니다.

 송 : 고교 평준화가 21세기 한국 교육이 가야 될 방향인가요? 미국 대통령 오바마는 오히려 한국 교육을 찬양하고 있지 않습니까. 평준화교육이 한국의 국제경쟁력을 유지해 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회의론이 많습니다.

 조 : 서울에 특목고가 6개, 자율형 사립고가 25개인데 전체의 10%입니다. 일부 엘리트·영재교육이 있는 것과 10%가 넘는 특권 학교가 있는 건 다릅니다. 학생을 인근 고교에 보내 원하는 대학을 갈 수 있게 하는 공교육 제도를 중심에 놓는 것과 엘리트 교육이 공존해야 합니다.

 송 : 그렇다면 단도직입적으로 묻죠. 자사고는 폐지할 겁니까?

조 : 예, 폐지할 겁니다. 다만 폐지에 따르는 부작용을 어떻게 줄일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강북의 경우 그나마 자사고가 있어 강남으로 가는 수요를 줄여 줍니다.

 김 : 부산은 자사고가 한 개뿐입니다. 특목고는 13개지만 체육·음악·과학고 등입니다. 학교를 설립목적에 맞게 운영하면 자사고를 지원하려 하는데, 입시용 편법 운영을 많이 합니다. 영재들의 역할은 커질 테지만 우리 사회의 영재교육은 좋은 대학 가기 위한 위장된 교육입니다. 담당 교수들조차 뭔지 모르고, 극도의 선행 학습을 강요하고 있을 뿐입니다.

 송 : 일반고에 예산 배분한다고 학력 수준이 높아지고 창의적 교육이 이뤄질까요. 공교육의 40%는 이미 무너졌습니다. 가족의 경제적 배경과 직결되는 것이죠. 빈곤계층과 저소득층 자녀들은 학교에 별 흥미를 못 느끼는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놀고 자고 그러죠. 진보교육감들에게 표를 주고 공교육 정상화라는 숙제를 줬는데 어떻게 할 계획입니까?

 조 : 일반고 슬럼화 현상은 1억원을 준다고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예산과 함께 다양한 지원책을 동원해야 합니다. 엎드려 잘 수밖에 없는 학생들의 관심을 촉발할 수 있게 수업 방식도 전환하고, 수많은 학생들이 대학을 안 가도 되게 진로 교육을 시켜야 합니다. 인가받은 대안학교에도 예산을 배분할 겁니다.

 김 : 입시가 문제입니다. 자율형 공립고에 교과 운영의 자율성을 주면 다양한 교과를 하는 게 아니라 국·영·수 비중을 늘리고 사회·과학을 줄여 버립니다. 그래서 자공고도 엄정하게 평가해 내용을 좀 바꿔야 합니다. 돈만 주는 게 아니라 프로그램과 대응해 실제 교사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교육적 효과를 올릴 방안을 강구해야 합니다.

 송 : 교권이 확립되지 않은 것도 문제죠. 학생인권조례는 유지할 건가요.

 김 : 부산에는 학생인권조례·교권보호조례·학부모회조례 세 가지를 학교인권조례로 묶어 만들겠다고 공약했습니다. 교사의 긴급지도권도 공약했는데, 학생들이 교사를 모욕하거나 폭행하면 학생을 격리해 상담하도록 하는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입니다.

 조 : 학생인권조례 도입 과정에서 학교 현장의 혼란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게 있습니다. 인권과 교권을 대립시키는 프레임을 일단 넘어서야 합니다. 학생 인권 친화적 교권과 학생 인권이 공존하는 시대로 가야 합니다.

 송 : 아무튼 좋습니다. 전교조는 법적 질서를 넘는 행동으로 지탄을 받았는데 법외 노조가 된 전교조의 합법화를 위해 노력할 예정입니까.

 김 : 교육감이 법외 노조를 합법 노조로 만드는 데 운동한다는 건 좀 문제가 있는 얘기 같습니다. 현행법에 의해 부당한 차별이나 억압을 받는다면 그걸 최소화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할 생각합니다.

 조 : 김승환 전북교육감 등은 무죄 추정에 따라 최종 판결까지 교육부 후속조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실정법 틀 때문에 저도 고민 중입니다.

 김 :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유보하겠다고 할 수 있는데 다른 교육감들이 어떻게 하는지도 봐야겠지요. 실정법 내에서 교육감의 권한도 따져보겠습니다.

 송 : 전교조에 대한 정부정책을 찬성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조 : 원래 전교조 합법화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조건이었습니다. 지난해 전교조를 법외 노조로 만들려고 한 시도 자체가 박근혜 정부에도 좋지 않습니다. 선진 사회의 중요한 특징은 갈등의 제도화인데, 제도 내로 수렴된 갈등을 다시 제도 밖으로 쫓아내 증폭시켰습니다. 전교조가 해고자 9명을 데리고 합법 노조로 있다고 해서 크게 문제될 게 없는데 전교조를 악마화하는 일종의 통치 전략을 선택했다고 봅니다. 박근혜 정부가 지금이라도 민주주의적 제도 내에 갈등을 포용하는 전략으로 가야 합니다.

 송 : 과거 행동으로 미루어 전교조가 일반 상식을 넘는 것은 사실이지요. 과격한 행동도 그렇고요. 그래서 전교조가 사회적 신뢰를 잃은 건 아닌가요.

 조 : 전교조가 100% 국민적 신뢰를 받지 못했다는 것도 인정합니다. 교원평가나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투쟁 등에서 대중과의 괴리가 생겼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그 괴리를 통치 전략을 위해 악용하고, 배제 집단으로 만들려는 것 자체는 비민주적입니다.

 송 : 전교조가 교실에서 편향적 정치 발언을 하고 친북적 이념도 서슴지 않았기에 정부의 이런 조치를 국민들이 용인할 정도가 된 건 아닐까요.

 조 : 저는 국민과 함께 가는 투쟁 전략이 성공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조퇴 투쟁에는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국민의 신뢰를 100% 못 받는다고 해서 그 집단이 민주주의의 장에서 배제돼야 하는 건 아닙니다.

 송 : 정부와 대립각이 생기겠군요. 그렇다면 전교조가 반대해온 교원평가는 계속할 건가요.

 김 : 평가를 안 할 순 없습니다. 그러나 평가 기준은 바로잡아야 합니다. 부산에선 그게 교사들을 분열시키고 있어서 기준과 적용 방식에 대해 전면 점검할 생각입니다. 학부모들의 관심도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조 : 지금은 평가의 실효성 문제, 존재론적인 의문이 제기돼 있습니다. 학생 인기투표가 된다든지 해서 교원평가 자체가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계속 시행할지 여부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송 : 원점에서 다시 보겠다는 얘기군요. 역사교과서 문제를 논의해 봅시다. 진보적 역사관을 교육하겠다고 했는데 한국사 교과서도 펴낼 계획인지, 그리고 국정교과서 문제는 어떻게 대응하실 건지요?

 김 : 지금도 교육과정 틀에 맞아야 검정 통과가 되기 때문에 국정교과서 하나로 역사를 가르치는 건 인정할 수 없습니다.

 조 : 역사교과서를 대응하는 박근혜 정부의 방식도 과거로 돌아가는 식입니다. 2012년 12월의 박근혜 후보는 진보화된 보수였습니다. 경제 민주화와 복지를 끌어안은 진화된 보수의 모습이었는데, 그게 진보에겐 가장 두려운 겁니다. 집권 1년 차를 맞아 통솔이 안 되다 보니 강경책의 유혹을 받겠지만 초기 기조에서 흔들리면 안 될 겁니다.

 김 : 보수 쪽에서 교과서를 잘 만들었다면 채택률도 높아졌을 텐데 교학사 교과서는 오류와 과장이 너무 많아 교과서로서의 품격이 없어 채택이 안 된 겁니다.

 송 : 제가 한국사 교과서를 모두 검토해 봤는데 진보교과서도 문제가 많았습니다. 보수교과서가 오히려 정보와 서술 면에서 나은 점도 발견됩니다. 예를 들어 한국전쟁을 보수교과서는 비중 있게 다루고 당시의 국제적 상황을 상세히 조명합니다만, 진보교과서는 지면을 많이 할애하지 않습니다.

 조 : 교학사 교과서에 대해 친일이라는 반대가 있었는데, 보수가 역사관을 어떻게 정립해 갈 거냐가 쟁점이 될 겁니다. 저는 꼭 진보적 역사만이 옳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송 : 취임 후 가장 비중을 두고 추진할 정책은 뭡니까.

 조 : 혁신학교와 일반고 살리기입니다.

 김 : 부산에도 혁신학교를 안착시키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중학교 의무급식을 통해 교육 복지도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습니다.

 송 : 혁신학교는 대안학교와 어떻게 다릅니까.

 조 : 대안학교는 제도 교육에서 이탈해 새로운 실험을 하는 건데, 서울 마포구 성미산대안학교가 비인가인데도 초등학생 90명이 있습니다. 중·고교 과정엔 80명이 있고요. 이 용감한 이탈의 실험들을 과감하게 인정하고 지원할 겁니다. 지자체와 협력해 교육적 환경 속에 있도록 만들려고 합니다. 예산지원을 할 겁니다.

 송 : 끝으로, 교육감의 행보에 가장 관심을 많이 갖는 학부모들께 한마디 하신다면?

 조 : 우리 세대는 저항적 공감의 세대입니다. 그게 국민적인 운동을 할 수 있는 토양이기도 합니다. 전 우리의 교육 개혁이 국민적 개혁이 되도록 노력해 보고 싶습니다. 기존의 교육 시스템을 깨는 것이 어떤 분들에겐 기득권이 깨지는 과정일 수 있지만 고통스러운 현실을 바꿔 가는 창조적 파괴 과정을 성원해 주셨으면 합니다.

 김 : 교육을 바꾸기 위해 교육감과 교사들도 노력해야 하지만 학부모들도 자기 변화를 해야 합니다. 자기 자식만 성공하길 바라는 이기적인 학부모 마음을 우리가 함께 아이들을 키워내고 사회 공동체를 변화시켜 가는 쪽으로 일치시켜 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진보교육감들이 만들어낼 것입니다. 그런 노력을 같이 하자고 하고 싶습니다.

 송 : 이른바 ‘유신 세대’가 한국의 미래에 가장 중요한 영역인 교육을 맡았습니다. 그것이 우리 세대가 한국 사회에 기여하는 가장 중요한, 마지막 미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두 분 얘기를 들어보면 진보교육감이라 하더라도 상당한 유연성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반드시 성공하길 빌겠습니다.

조희연은 …

조희연(58) 서울시교육감은 1978년 서울대 사회학과 재학 중 ‘유신헌법 철폐’ 유인물을 뿌렸다가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된 후 이듬해에 가석방됐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총장을 맡아 진보 학자들을 초빙하던 90년부터 성공회대에서 사회과학부 교수로 재직했다. 성공회대에 NGO대학원을 만들고 반독재 민주화 운동이나 시민운동의 자료를 정리하는 민주자료관, 민주주의연구소 등을 설립했다. 94년 박원순 서울시장과 참여연대 창립을 주도하고 초대 사무처장과 집행위원장을 지냈다. 2011년에는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의장을 맡았다. ▶전북 정읍 출생 ▶서울 중앙고, 서울대 사회학과, 연세대 사회학과 석·박사

김석준은 …

김석준(57) 부산시교육감은 1983년 26세라는 젊은 나이에 부산대 교수로 임용됐다. 이후 줄곧 부산대 사범대 사회교육학부 교수로 재직했다. 2002년과 2006년 민주노동당 후보로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했었다. 2002년 부산시장 후보로 나서면서 그는 “진보 진영의 출마 권유를 끝까지 사양하지 못한 것은 대학 시절 모든 것을 버리고 감옥으로 끌려가던 벗들에 대한 빚진 마음 때문”이라고 말했다. 2008년 진보신당 창당 때는 공동대표를 역임했다. 2012년 대선 때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부산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부산생활협동조합 이사, 부산교육포럼 공동대표 등을 지내기도 했다. ▶경북 봉화 출생 ▶부산고, 서울대 사회학과·석사·박사

글=송호근 서울대 교수·사회학
사진=박종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