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태풍 몰고 "석유벼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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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제2의 「오일·쇼크」가 한국경제를 엄습했다. 경기는 하강국면으로 더욱 곤두박질 할 것이고 위태로운 안정세를 보여오던 물가는 또 한번 광란으로 치달을 것이다.
정책의 실기때문에 휘청거리던 한국경제가 균형도 잡히기 전에 제2의「오일·쇼크」란 강타를 맞은 것이다. 아주 쓰러지지 않겠지만 정상으로 회복하기 까진 상당한 고봉과 시간을 필요로 할 것이다. 그 동안 기업도 가계도 부도와 파산이 남출할 것이다.
유가의 59% 인상은 74년「오일·쇼크」때의 82%를 제외하곤 가장 높은 것인데 지난3월 9.5%를 인상한지 불과 4개월 만이다.
이번 유가인상은 국제원유가의 인상에다 그 동안 미뤄온 비축경비 등을 몽땅 합쳤기 때문이다.
정부가 유가를 이토록 크게 올린 것은 어차피 당할「오일·소크」라면 당장의 물가를 겁내 우물쭈물하다 더 큰 화를 당하지 말고 모든 것을 한꺼번에 현실화하여 이번「오일·쇼크」를 좀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자는 판단 때문인 것 같다.
73년「오일·쇼크」때 대만이 이 방법을 써서 큰 효험을 보았다.
즉 원유가가 오른 만큼 유가를 대폭 올려 국민경제를 고유가에 일지 감치 적용시키고 비현실화된 가격 때문에 경제의 왜곡이나 물가상승의 가속화가 있어선 안되겠다는 것이다.
일종의 충격요법이라 할 수 있다. 유가·전기요금이 오르면 그 동안 겨우 균형을 회복하려던 한국경제는 걷잡을 수 없는 충격을 받게 된다.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 된다. 그렇다고 당장 이것을 겁내 정책결단을 유예한다면 더 큰 파국이 온다.
이것은 73년「오일·쇼크」때 충분히 경험한바다. 때문에 신경제「팀」은 이번엔 조기현실화라는 모험을 한 것이다.
아무리 유가인상이 어쩔 수 없는 것이라 하지만 막상 당해야 하는 국민들로선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충격이 커 망연자실할 지경이다. 「오일·스크」를 잘 넘기고 중동경기가 넘쳐 흐른다하더니 엄청난 물가충격을 하루아침에 갖다 안긴 것이다.
작년엔 원유가인상이 없었어도 그토록 심한 물가파동에 시달렸고 금년엔 안정화 시책으로 한숨 돌리는가 했더니 또 산유국 때문에 더 심한 고통을 안아야 한단다.
어쩔 수 없는 산유국의 횡포와 정책 「미스」의 이중고를 가계가 고스란히 짊어진 것이다.
원유가 인상에 따른「스태그플레이션」(불황속의 물가고) 는 비산유국이 다 겪어야 할 고통이지만 우리 나라는 잘못 되어있는 정책기반 때문에 그 심도가 훨씬 크다.
이번 유가인상률은 74년 때보다 낮지만 이미 높아진 수준에서 대폭 오르는 것이고 유류의 존도와 생활수준이 높을대로 높아 있기 때문에 국민경제나 가계가 받는 충격은 지난번「오일·쇼크」때보다 더 할 것이다. .
유가인상에 따른 모든 부담을 결국은 가계가 져야할 것인데 그 동안의 물가파동에 시달려 크게 쇠약해 진 체질로 이를 감내할 수 있을 지 지경이다.
그렇다고 가계는 부도도 낼 수 없고 은행관리도 요청할 수 없다.【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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