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유사시 일본 군사 개입 길 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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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晉三) 정권이 1일 각의를 통과시킨 헌법 해석 변경 내용은 한마디로 “정권이 판단만 하면 언제든지 해외에서도 전쟁에 가담하거나 무력 대응을 할 수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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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은 전후 일관되게 ‘자국에 대한 직접적인 무력 공격’에 반격할 권리인 개별적 자위권만을 인정해 왔다. 동맹국 등 타국을 지키는 ‘집단적 자위권’, 여러 나라가 함께 침략국을 제재하는 ‘집단안전보장’에 대해선 “헌법 위반”이라 주장해 왔다.

 그러나 아베 정권은 ‘개별적 자위권’ ‘집단적 자위권’ ‘집단안전보장’ 3종류의 무력행사를 모두 인정하고 나섰다. 그동안 없던 ‘자위조치로서의 무력행사’란 모호한 개념을 도입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일 정부는 이날 각의 결정문에서 “무력행사를 위해선 ‘명백한 위험이 있을 경우’ 등 세 가지 조건을 달았지만 이 자체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이다. 뚜렷한 측량기준이 없기 때문에 결국은 정권의 자의적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는 아베 정권의 교묘한 속임수 작전에 연립여당인 공명당, 언론 모두가 속아 넘어간 결과다.

 아베는 지난 5월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구체적 행사범위를 도출하겠다”며 국민을 설득시켰다. 그러곤 상정 가능한 집단적 자위권의 사례 8가지를 제시했다. ▶(한반도 유사시) 일본인을 수송 중인 미국 함선 보호 ▶미국으로 향하는 미사일 요격 등이었다.

 이때만 해도 “공명당이 논리적으로 각개격파하면 결국 행사 가능한 집단적 자위권 사례는 몇 개 남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했다. 하지만 자민당은 돌연 방침을 바꿔 “문안의 표현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하자”며 공명당을 회유했다. 결국 ‘연립여당 아웃’ 카드를 흔드는 아베 총리 앞에 공명당은 맥없이 투항했다. “결국 당초 제시한 8가지가 모두 시야에 들어왔다”(자민당)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으로서 가장 큰 문제는 한반도 유사시 상황이다. 각의 결정만 보면 한국이 북한으로부터 공격당할 경우 ‘일본과 밀접한 관계’ ‘(한국 내) 일본 국민의 생명이 근저로부터 뒤집힐 명백한 위험’에 모두 해당한다. 한반도 유사시를 집단적 자위권 발동 대상으로 가능성을 열어 둔 셈이다.

 한편 아베 총리는 이날 저녁 기자회견을 열고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것 자체가 일본에 전쟁을 걸어오려는 기도를 좌절시키는 큰 힘을 갖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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