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조직 개편 시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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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행정조직과 행정구역의 전면적인 개편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된 것이지만, 그 업무의 복잡성,
방대성과 필수적으로 요청되는 장래예측의 어려움, 제이해관계의 상충등 여러 요인 때문에 지금
껏 필요성의 고창에만 그쳤을 뿐 실질적인 진보는 없었던게 사실이다.
일찍이 본난은 민·관의 전문가가 광범히 참여하는 효율적인 위원회 구성 등의 방법으로 이 분
야에 대한 조속한 대응을 촉구한바 있었지만, 정부는 아직도 이 문제에 관한 본격적인 착수태세
는 갖추지 못하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그런 점에서 18일 일부 밝혀진 행정개혁위원회의 개편시안은 늦었지만 이분야에 관한 정부의
열의와 문제의식을 보여주는 것으로다행한 일로 생각한다.
행정위의 시안은 부분적인 문제점과 의심스런 대목도 없지 않지만, 대체로 개편방향에 있어서
는 합리성을 발견할 수 있는 것같다.
우선 조지규모에 있어 균형감을 잃지 않으려고 한 시안의 방향은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흔히
점증하는 행정수요를 내세워 기구확대를 기도하는 것이 통례지만, 행정위의 시안은 현재의 중앙
행정기구 2원14부4처14청규모를 81년이후에도 대체로 그대로 유지해 2월14부5처11청으로 조정토
록 함으로써 기구의 기능조정에 역점을 두고 기구자체의 확대는 회피한 셈이다.
또 교통·체신·전매 등의 현업관청을 공사화하자는 내용도 새로운 안은 아니지만, 별 이론이
없는 방향이다. 재정팽창요인을 줄이고 정부기업비중을 줄여나가야 할 필요성은 진작부터 제기돼
온 것이며, 현업관서의 공사화 또는 민영화를 통한 경영쇄신의 기회는 바람직한 것이다.
지방행정의 단위가운데 군을 폐지하자는 시안의 내용은 상당한 논란의 여지가 있겠으나 현행중
앙→도(특별·직할시)→구·시·군→동·읍·면의 4단계중 어느 1단계를 폐지해야 한다는 발상에
는 타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 선진제국이 대체로 2, 3단계의 지방행정조직구조를 갖고 있는데서도
알 수 있지만, 교통·통신이 발달한 현대에 이르러, 더욱이 좁은 나라에서 4단계 구조의 비능률성
은 여러차례 지적돼온 일이다.
이 문제는 지방행정조직중 어느것을 기본단위로 육성하느냐 하는 문제, 즉 우리나라의 산업경
제구조·인구분포·교통통신망의 현황등 제반여건을 종합 고려할 때 가장 합리적인 지방발전의
단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 하는 문제와도 관련된다.
이렇게 본다면 차라리 도를 주 또는 현으로 개편하는 것이 낫다는 논리도 나올 법한데 당국은
이런 여러 안의 장·단을 종합검토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문제는 정치인들의
가장 민감한 이해관계인 선거구 조정문제와도 유관하고 언젠가 있을지도 모를 남북한총선거와도
관련됨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북한이 해방 당시의 6도9시89군8백10면을 9도18시1백57군4천1백57리 및 2백10노동구등으로 확
대개편하여 군수를 대폭 늘린 것도 이런 안목에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밖에도 행정위의 시안중
에는 문공부의 문화업무와 교통부의 관광업무를 합쳐 문화관광부를 신설하자는 내용이나 조정되
는 일부기구의 명칭과 관장사항등에는 얼른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도 눈에 띈다. 또 도계조정문
제·직할시활용문제등 정치쟁점이나 논란의 여지가 있는 여러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이처럼 이미 나타난 문제외에도 잠재된 문제까지 종합해서 좀더 발전된 새종합안이 미구에 나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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