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땅시장 "남溫북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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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요즘 토지시장은 지역과 용도에 따라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수도권 동.북쪽의 경기도 양평군, 강원도 홍천군 등 전원주택지가 많은 곳은 거래가 끊기다시피 한 가운데 가격도 약세다. 반면 수도권 남쪽인 경기도 화성.평택.안성시, 충남 천안시 등은 아파트와 물류센터용 땅 거래가 늘면서 값도 강세다.

◆거래 끊긴 전원주택지=경기도 양평군은 지난해 11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뒤 매수세가 확 줄더니 이라크전쟁 발발과 경기침체가 이어지자 거래가 실종됐다. 강상면 세월리의 한 전원주택지는 지난해 말 평당 70만원에 매물로 나왔으나 지금은 60만원으로 떨어졌다.

양수리 K공인 관계자는 "지난해 가을 평당 70만~75만원선에 팔렸던 양평읍의 한 전원주택지가 최근 45만~50만원선으로 내릴 정도로 시장이 얼어붙었다"고 말했다. 강상.강하면 등 남한강 주변에는 형질변경이나 토목공사를 마친 뒤 소유권을 넘겨준다는 조건으로 나온 매물이 수두룩하다.

한국토지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4.6%나 올랐던 양평지역 땅값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 약세로 돌아서 4분기에는 0.02% 내렸다. 거래도 극도로 위축됐다.

지난해 10월 양평군에서는 1천8백필지, 95만4천5백여평이 거래됐으나 12월에는 8백42필지,35만4천5백여평으로 급감했다.

서울~춘천 고속도로 건설 기대감으로 전원주택 수요가 많았던 강원도 홍천 일대도 요즘 들어 침체됐다. 홍천강 줄기를 따라 전원주택이 몰려 있는 홍천군 서면 모곡리 일대의 임야와 논밭은 전원주택 수요가 줄면서 지난해 최고 평당 12만원에 거래되다 최근엔 10만원선에 호가되고 있다.

◆남부권은 여전히 활황=반면 경기도 화성.안성.평택.오산과 충남 천안 일대의 물류.아파트용지 등 덩치가 큰 땅은 거래가 잘 된다. 경기가 나쁘긴 해도 기업들이 사업용 부지를 적극적으로 찾기 때문이다.

특히 수도권에 택지가 모자란 데다 행정수도의 충청권 이전계획까지 겹쳐 수도권 남부지역 토지시장은 활황을 누리고 있다.

화성시 태안읍에 있는 한 물류센터 부지 3천5백평은 최근 평당 1백80만원에 팔렸다. 이 땅은 올 초 매물로 나왔을 당시 평당 1백70만원에 호가됐었다.

돌공인 진명기 사장은 "관리지역(준농림지)에 있는 물류센터용 부지는 평당 40만~50만원, 고속도로 나들목 근처는 1백50만~2백만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화성.평택 등지에서도 이런 용도의 땅은 지난해 말보다도 10% 정도 값이 올랐다.

행정수도 이전 대상지 가운데 한 곳으로 거론되는 천안은 매기가 더 강하다. 아파트용 땅은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건설업체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천안시 용곡동의 아파트용 부지는 평당 80만~1백20만원으로 지난해 하반기보다 20~30% 뛰었다고 일선 중개업소들은 전했다. 그러나 매물이 없어 거래가 활발하지는 않다.

황성근.김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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