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없는 거리의 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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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도로사정이 불량하거나 또는 제한된 시간에 차량과 인파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폭주할 때
교통상의 통제를 가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따라서 서울시가 시행키로 한 명동등 일부지역에 대한「차량통행제한」조치는 해당지역의 교통
혼잡을 경감시킨다는 점에서 우선 긍정적으로 받아 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이 방안은 서울시내 5개지역에 일요일과 공휴일에 차량통행을 금지함으로써 잠시나마 차없는
거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서울의 가장 번화가인 명동일대는 토요일 하오2시부터 일요일까지 차
량통행이 전면 통제되고, 창경원과 어린이 대공원 정문앞 도로는 차량과 관람객의 혼잡도에 따라
편도통행제한 또는 전면제한등 신축성있게 통제한다는 것이다.
또 대규모「아파트」단지가 들어선 반포와 잠실의 강변도로는 이지역 주민들에게 휴일의 놀이
터나 산책로로 이용될 수 있도록 6월과 9월사이의 낯시간인 상오9시부터 하오3시까지 차량통행을
제한키로 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조치는 명동의 경우, 하루평균 1백만평(경찰추산)이 넘는 인파가 몰려드는데 각종 차량
마저 뒤범벅이 되어 빚어지는 혼잡과 혼란을 덜어보자는 것이며, 창경원이나 어린이 대공원 앞길
도 같은 취지로 취해진 것이어서 별도의 소통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는한 궁여지책이나마 응급처방
의 하나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2개 강변도로의 개방은 이같은 교통소통문제와는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한여름철 인
근 지역 주민들에 대한 휴식처로 제공키로한 것이라는 점에서 이것 역시 환영할만한 일이다.
반포단지에만도 1만5천여명, 잠실단지에는 2만여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는데 이들이 손쉽게 이
용할만한 적당한 놀이터나 공원등 휴식처가 없기 때문이다.
강변도로가 녹음기에 훌륭한 산책도로가 되고도 남음이 있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으나 이번
조치는 단순한 산책로를 제공한다는 것 보다는 놀이터나 휴식처로서의 역할에 유념했다는 점에서
애당초 주택단지 조성에 따른 공원 녹지정책이 잘못되어 있다는 사실을 시인한 것이나 다름없다.
「아스팔트」의 도로가 과연 얼마나 좋은 휴식처로서의 구실을 해낼 수 있겠는가 하는 의구심
도 물론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조치를 계기로 전반적인 공원·녹지정책의 재검토와 함께 이 지역실정에 적합한
공원이나 놀이터의 증설문제를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겠는가.
요컨대 명동이나 창경원·어린이대공원에 대한 차량통행 제한같은 것은 결코 항구적인 대책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서울의 구조적인 면에서 도로망의 확충이나 도심교통분산의 문제, 주변시설과 질서 등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은 더 말할나위도 없다.
그러나 이번과 같은 조치는 몇몇특정지역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단위지역의 교통량
과 도로면적 보행자 등에 관한 상관관계를 면밀히 조사, 분석함으로써 필요한 지역에 확대적용하
는 방아도 검토할만한 일이다. 일본의 경우 은좌등 혼잡지역에 이같은 조치가 폭넓게 적용되고
있음은 참고할만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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