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잃는 게 더 많은 통신요금 인가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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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이상규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현재 KT 시내전화와 SK텔레콤의 이동전화는 새로운 요금제를 출시하거나, 요금을 올리려고 할 때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의 인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지나치게 높거나 낮은 요금을 설정하는 것을 막아 경쟁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인가제는 매우 강한 사전적 규제이므로, 다른 규제로는 이런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사용해야 한다.

 우리나라 이동통신 시장에는 3개의 네트워크 사업자와 28개의 알뜰폰 사업자들이 존재하고 있다. 특정 사업자가 요금을 인상한다면 가입자들은 쉽게 다른 사업자로 전환할 수 있다. 실제 필자가 최근 수행한 설문결과에 따르면 1위 사업자인 SKT가 이동전화 요금을 10% 인상할 경우, 다른 사업자로 전환하겠다는 응답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이처럼 약탈적 요금을 통해 경쟁자를 배제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만큼 인가제를 폐지하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된다.

 일부에서는 인가제를 폐지하면 요금인하가 이뤄지지 않을 것을 우려한다. 그러나, 이는 규제당국이 요금 인가권을 종종 요금 인하를 유도하는 방편으로 사용해 왔기 때문에 생긴 오해다. 요금 인하는 경쟁활성화 정책을 통해 유도해야 한다. 정부의 자의적 요금인하와 같은 시장개입은 효율성을 저해할 뿐 아니라, 네트워크의 고도화·품질향상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신규서비스 및 요금제 도입 등과 같은 혁신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든다.

 인가제를 통해 인위적으로 요금을 인하하기보다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을 통해 소모적인 마케팅 경쟁을 요금 중심의 서비스 경쟁으로 전환하고, 알뜰폰 사업자의 경쟁력을 높이는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며 효율적이다. 현실적으로 발생하기 어려운 독과점 심화를 우려해 인가제를 유지할 이유는 없다. 규제완화를 통한 시장기능 정상화를 위해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상규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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