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때문에 못살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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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파리 때문에 못살겠심더』『파리떼 들이 달려들어 얼굴을 톡톡 쏘고 음식물은 아무리 잘 덮어두어도 소용없어요』-.
충무시 미수2동 보디마을 2천여 주민들은「파리전쟁」을 치르다 이젠 파리떼에 졌다고 항복(?)을 선언했다.
「파리마을」이 돼버린 보디마을 충무 운하교를 건너 시내 중심가에서도 얼마 떨어지지 않은 조그마한 마을.
이 마을에 파리떼가 극성을 부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충무시 오물 처리장과 인근 유성물산(굴 가공공장)이 들어서면서 부터.
집집마다 부엌에는 물독·음식물 등에 덮개를 꼭꼭 덮어두고 있으나 덮개만 치우면 파리 떼가 집단으로 몰려들어 사람에게는 차례가 돌아가지 않을 정도다.
식사 때는 밥상에 날아드는 파리를 쫓다 숟가락을 놓기 일쑤이고 밥숟가락을 따라 입 속으로 들어오기도 한다.
해만 지면 집밖에서 윙윙거리던 파리 떼 마저 방안으로 몰려들어 사람에게 달라붙어 잠을 잘 수도 없다.
이 마을 주민들은 파리 잡는 약이 첫째 상비약.
그러나 하루 2병을 뿌려도 그때뿐이다.
주부 김모씨(38)는『파리약 값이 5백원이상 들어 하루 반찬값을 다 털어 넣는다』며 울상 이다.
온종일 파리 잡기에 시달린 주민들은『아무리 잡아도 늘기만 하니 이젠 어쩔 수 없다』 고 포기, 한두집씩 이사를 가버려 멀지않아 파리에게 마을을 내주어야할 판.
참다 못한 마을주민들은 오물 처리장으로 들어오는 쓰레기차를 막아서고 충무시에 오물처리장을 폐쇄하라고 항의하기도 했으나 그때마다 방역차가 한번씩 나와 소독을 하고 갈 뿐 파리 떼는 끄떡도 없어 싸움은 언제나 파리 측의 승리로 돌아가고 있다. <충무=박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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