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stravel]1100년 된 일본 축제 거리는 박물관이 된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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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가마를 들고 행진하는 사람들

7월에 일본 교토(京都)를 방문하는 사람은 타임슬립에 빠진 것 같은 착각이 들 수도 있겠다. 한 달 내내 이어지는 기온마쓰리가 도시의 시간을 1000년 전으로 되돌려 놓기 때문이다. 일본의 주요 무형 민속 문화재이며 유네스코 무형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기온마쓰리는 살아 있는 박물관 같다. 일본 축제 문화의 정수를 보여 주는 기온마쓰리를 들여다보자.

2 전통 가마를 들고 행진하는 사람들. 3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 교토. 4 전통 옷을 입고 축제 흥을 돋우는 사람들.

역병에 맞선 천년의 축제

일본은 다신교 사회다. 가문마다 지역마다 모시는 신이 다르다. 당연히 제사의 형식과 내용도 달랐다. 그 제사가 계승되면서 지역 주민의 축제로 자리 잡은 것이 오늘날의 ‘마쓰리(祭)’다. 그중 오사카의 ‘덴진마쓰리(天神祭)’, 도쿄의 ‘간다마쓰리(天神祭)’ 그리고 교토에서 열리는 ‘기온마쓰리(祇園祭)’가 가장 유명하다.

특히 기온마쓰리는 교토가 과거 일본의 정치적·문화적 중심지라는 점을 실감하게 할 만큼 규모가 크고 화려하다. 교토를 대표하는 번화가이자 유흥가인 기온 일대에서 7월 1일부터 31일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호화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축제 기간 화려하게 치장하는 교토 거리도 볼거리다. 14~16일 가정에서는 초롱에 붉을 밝히고 병풍을 장식해 둔다. 우리의 꽹과리와 피리 소리와 비슷한 일명 ‘기온풍악’이 한여름의 교토를 채운다. 거리에는 평범한 옷을 입은 사람보다 전통 의상인 유타카를 입은 사람이 훨씬 많다. 거리에 나온 시민은 모두 건강을 기원하는 부적을 주고받는다.

기온마쓰리의 기원은 1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염병이 유행하자 액운을 물리치기 위해 신사에서 기도했던 것이 유래가 됐다. 원래는 전염병이 유행했을 때만 간헐적으로 치러지던 것이 970년부터 매년 개최됐다. 내전 때문에 대가 끊겼다가 1500년 재개됐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기온마쓰리에도 위기가 있었다. 16세기 교토부를 지배하던 무로마치 막부는 1533년 행사를 중지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마쓰리를 지키고자 하는 민중의 열기에 뜻을 굽혔다. 교토 시민은 아직도 자신들이 지켜 온 축제를 이어 간다는 데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20m 높이의 가마 행렬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야마보코(山?) 순행’이다. 야마보코는 축제에 쓰이는 화려한 가마를 가리키는 말이다. 7월 17일 모두 32대의 야마보코가 줄지어 행진하면서 기온마쓰리의 절정을 맞는다.

야마보코는 못을 사용하지 않고 나무를 끼워 맞춰 만든 가마다. 29개가 일본 중요 유형 민속 문화재로 지정돼 있을 만큼 자체가 예술품이다. 일본이 해상무역을 트고 상인 계급이 힘을 얻으면서 야마보코가 화려한 모습이 됐다고 한다. 높이가 20m가 넘는 야마보코도 있어 수레로 끌어야 한다. 평소에는 해체돼 수장고에 보관되지만, 7월에는 늠름한 제 모습을 되찾는다.
야마보코 순행은 1979년 일본의 국가 중요 무형 민속 문화재로 지정됐고, 2009년 유네스코 무형 문화유산에 등록됐다. 축제의 절정으로 치닫기 위한 절차도 해마다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우선 7월 2일 야마보코 행진 순서를 정하는 제비뽑기가 치러진다. 10일에는 등불을 든 사람들이 야마보코가 가는 코스를 미리 살핀다. 그사이 신령을 모신 야마보코를 물로 씻어 정화하는 행사가 치러지고 11일에는 나머지 야마보코를 조립한다.

마침내 행진이 시작되면 거리는 일순간 흥분에 휩싸인다. 거리를 빽빽이 채운 사람들은 야마보코가 지나갈 때마다 열렬한 환호를 보낸다. 그늘 한 점 없는 뙤약볕 아래에서도 시민은 제자리를 꿋꿋이 지킨다.

기온마츠리를 직접 구경하고 싶은 사람에게 몇 가지 팁이 있다. 교토의 여름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덥고 습하다. 무리해서 축제를 지켜보다가 일사병에 쓰러지는 사람도 속출한다고 한다. 미리 챙이 넓은 모자와 얼음물, 찬 수건을 준비하는 게 상책이다. 축제도 아는 만큼 즐긴다. JR교토역 2층 종합안내소에 가면 한국어로 된 다양한 자료와 안내를 받을 수 있다.

글=양보라 기자
사진=일본정부관광청(JNTO)

Festravel
Festravel은 축제(Festival)과 여행(Travel)의 합성어로 ‘세계 축제를 여행하다’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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