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수지의 반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경제동향을 잘 파악하지 않고서는 적절하고도 합리적인 경제정책이 마련될 수 없다. 그 때문에 난국에 처할수록 경제의 본질적인 동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현실적으로 대응해야한다.
그러나 올해처럼 경제의 밑바닥에 흐르고 있는 내외동향에 어두워 가지고서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정책이 적기에 적절하게 제시되고 집행될 수 없다. 이점 국민은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국제수지동향을 지나칠이만큼 낙관해서 수입을 실질적으로 방임함으로써 무역수지적자가 4개월 동안에 무려 2O억「달러」수준에 이르렀다. 그 위에 흑자 폭이 크던 무역외수지까지도 올해 들어 넉달 동안에 2천9백만「달러」나 적자를 보여 장기자본도입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기초수지까지 적자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악화되는 국제수지는 사실상 물가현실화정책이 착수될 때부터 상상되던 일이라 하겠으며, 물가안정의 한 수단으로 수입 폭을 넓힐 때부터 우려됐던 일이다.
사리가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수입확대를 통한 임시방편적인 안정개념은 수정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거꾸로 대외차입 확대를 서두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새로운 석유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우리가 빚을 더 얻어 물량을 확보하면, 국제「인플레」에 따른 불로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일시적인 안정이나 정책사업추진과 투자재원조달을 위한 것이라면 이는 돌이킬 수 없는 위험부담을 자초하는 것임을 잊어서는 아니된다.
우선 일시적인 안정을 위해서 국제수지적자폭을 키울 때 우리의 대외지불 능력은 약화되고 그 때문에 우리의 장기차입 조건이 악화되어 장래 부담을 키우게 된다. 그 위에 현재 33억「달러」수준에 있는 원유도입비용은 어쩌면 연률 50억「달러」수준으로 변화할 공산이 없지 않다.
만일 그러한 가능성이 현실화될 때 비산유국은 모두가 차입경쟁 상태에 빠져들게 되고, 그렇게되면 모두가 낙관하던 추가 차입 가능성은 비현실적일 수도 있다.
따라서 국제경제환경이 예측을 불허하면 할수록 우리는 내부적으로 완충장치를 마련해야할 필요가 있다. 지금과 같은 여유의 소모가 아닌 여유의 축적이 정도라고 보아야 한다.
다음으로 무역외수지가 중동정세의 급변으로 이제는 과거와 같은 호조를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므로 중동정세의 전망이 다시 확실해질 때까지는 무역수지와 자본수지동향을 중점으로 해서 국제수지대책을 마련해야한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산술적인 균형이 아니라 장래의 질적인 부담이라는 척도에서 정책을 다뤄야한다.
솔직이 말해서 장기자본을 도입해서 「에너지」다소비형인 중화학투자에 열중하는 것이 이 시점에서 현명한 것이며, 수명이 길지 않은 석유에 궁극적으로 의존하는 현대산업구조를 맹신해야 하는가를 깊이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석유가 아무런 부담이 되지 않았던 시대에 완성된 선진공업국의 산업구조와 발전단계를, 그 부담이 엄청나게 커진 이 시점에서 우리가 꼭 뒤따라 가야하는 것인가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겠다는 것이다.
우리의 국제수지 균형에 큰 몫을 차지했던 무역외수지가 적자로 반전되고있고, 그 주요원인이 중동특수의 냉각경향과 중화학 투자확대에 따른 부채이자 부담의 급증에 있는 것이라면 일시적인 물가안정이나 석유위기 하에서「에너지」다소비형인 중화학투자를 위해서 국제수지를 교란시키는 것은 어떠한 측면에서도 현명한 선택은 아니다.
저축을 초과하는 투자분을 수입확대·차관확대로 메우려는 방식보다는 불황을 각오하더라도 투자억제를 통한 내외균형을 도모한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