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묘목의 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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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 나라의 특산물로서 누구나 쉽게 맛볼 수 있던 사과가 요즘은 오히려 귀한 물건이 되고 있다.
아니 사과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과실이 그렇다. 인구 및 소득증가에 따른 식생활의 변화로 수요는 크게 늘고 있는데 비해 공급이 이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70년에는 42만 3천t의 과실을 생산, 국내에서 소비하고도 남아 수출까지 했었지만 작년에는 두 배인 8O만 8천t을 생산하고도 모자라 올 봄에 3만t의 「바나나」를 수입했다는 사실이 국내수급사정을 여실히 말해 춘다.
더구나 문제인 것은 이러한 수급 불균형이 가까운 시일 안엔 해소될 가망이 없다는데 있다.
77년이래 소비는 년 20%씩 증가하는데 비해 과수재배 면적증가는 5%에도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산기반의 확충이 절실히 요청되고 있으나, 우리 나라에선 특이한 제도적인 규제 때문에 그도 어려운 실정에 있다.
현행 「농지의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논이나 경사 15%미만의 밭에는 다년생 식물·목초·관상수 등을 심지 못하도록 하고 있어 78년 중 묘포장을 새로 일군 곳이 한 곳도 없다고 한다.
즉 원천적으로 과수묘목의 공급을 늘리는 길이 막혀 있으므로 과수재배를 확대하려고 해도 할 수 없는 처지에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재래종보다 수확이 많고 맛도 좋은 신품종이 속속 개발되고 있는데도 현재의 영세하고 기술이 낙후된 과수 묘포장에서는 이를 공급할 능력조차 결핍돼 있는 실정이다.
과수재배에 있어서도 그만큼 영농의 과학화가 뒤떨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우리의 영농 방식도 이제는 종래와 같은 고식적인 방법을 벗어나 농업경영 전반에 걸쳐 일대혁신이 이루어져야 할 시기가 왔다고 할 것이다.
품종개량 등 기술혁신이 되어야 하여 비교우위에 따라 수익성이 높은 작물을 선택하는 농업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예컨대 사과 만해도 재래의 「국광」「홍옥」에서 「후지」「무쓰」 등으로 품종개량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묘포장의 제약으로 신품종 재배가 늦어진다면 과수 재배분야에 있어서의 기술혁신은 부진할 수밖에 없다.
또 묘목이나 과수재배는 식량작물보다 수익성이 훨씬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개개의 농가소득증대라는 측면에선 굳이 전·답 보전에만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장기적으로 전망한다고 해도 국민의 식생활은 작물 위주에서 다양한 음식물을 찾는 경향으로 갈 것은 뻔한 일이며 그러한 식생활의 변화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
반면 영농방식의 전환은 일조 일석에 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이 걸리는 특수한 분야다.
그러므로 정책적 판단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농산물의 수급불균형은 더욱 메워지기 어렵게 된다.
우리가 이미 경험한 우유·육류파동이나 현재 시중에서 팔고 있는 사과가 1개에 6백원에서 8백 원까지 한다는 사례는 식생활의 변화에 맞추지 못한 지난날의 영농방식을 잘 말해주고 있다.
그런 뜻에서 농지보전법도 국민 생활여건의 변화에 탄력적이고 신축성 있게 대응하는 방향으로 개편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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