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계획의 시설 기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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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무질서한 외연적 팽창이 가져온 문제점은 비단 어제 오늘에 비롯된 것이 아니다.
도시공간의 효율적인 이용이 결여된 도시개발계획으로 인해 생활환경의 악화는 물론이고 자원·인력의 낭비가 또한 적지 않았다.
건설부가 뒤늦게나마 통일된 도시계획시설기준을 결정하여 지방관서의 임의를 제한한 것은 종전과 같은 무원칙의 폐단을 줄이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보다 본질적인 것은 시설기준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도시계획 자체가 미래지향적이며 생활변의위주로 세워지고 운영되는가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우리주위에서 흔히 보는바와 같이 한쪽에선 건축허가가 나오고 잇달아 다른쪽에선 도로확장계획이 나와 신축건물이 철거당하는 사례가 있는한 시설기준이란 결과적으로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시설기준과는 관련이 없지만 각 사업시행관서가 바로 바로 공사를 함으로써 도로가 파헤쳐졌다 메워졌다하는 것도 오래전부터 지적되어온 현상의 하나다.
이러한 도시개발의 난맥상은 첫째 중앙과 지방관서, 또는 관계당국간의 협의가 충분치 못하다는데서 연유하며, 둘째는 종합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집행하는 기능이 없는채 즉흥적인 판단이 실행에 옮겨지는 경우가 허다한데 원인이 있는 것같다.
도시는 우리 당대뿐만아니라 후손에게 물려주는 값진 생활의 터전이다.
도시개발이 신중하면서도 미래의 설계까지 해야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외국의 도시개발이 항상 장래의 구도까지 염두에 두고 추진되는 것을 우리는 본받아야 한다.
기존도시에 중요한 건물을 하나 짓는데까지 도시계극심의회가 관여하여 전체적인 도시기능·미관·역사적인 의의등의 관점에서 세밀히 사전심의 하는 것이 외국의 자세다.
이를 보수적이라고만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렇게 세운 도시이기에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손질을 하지 않아도 생활은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
우리의 도시개발도 각 도시별로 도시공학이나 건축전문가뿐만 아니라 미학전문가·시민대표등이 참가한 협의체를 만들어 거기서 충분한 논의와 검토를 거친후 실현에 옮겨지는 제도적 장치가 소망스럽다.
졸속한 시행보다는 시간이 걸린다해도 신중한 편이 오히려 시민의 생활과 재산을 보호하는데 유익할 것이다.
그리고 우선은 건설부에서 정한 시설기준을 각 지방관서가 받아들여 도시를 신설하거나 재개발할때 그대로 반영되도록 해야한다.
모처럼 실정한 기준이 유명무실해진다면 도시계획은 계속 후세의 숙제로 남게될 우려가 있다.
특히 도시계획을 결정할때 역사·문화·향토의 유서지를 보전키위해 시설설치를 제한한 건설부의 취지는 반드시 살리도록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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