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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의 일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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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학교법인 금옥학원 설립자인 백금옥여사의 타계는 여느 학원설립자의 경우에서 찾아보기 힘든 몇가지 큰 교훈을 남겼다.
독신여성으로 평생 모든 재산을 학원설립에 쾌척했다는 세속적인 연민의 정을 떠나 사회봉사의 일념으로 자기를 희생한 점이나, 엄청난 재산가이면서도 지극히 검소한 생활신조를 저버리지 않았던 점, 더욱이 학교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으면서도 2세교육에 관한 뚜렷한 신념을 갖고 보람있는 생을 마쳤다는 사실은 모든 사람들의 귀감이 되고도 남는다.
이미 지난해 5월 10억원을 선뜻 내놓고 학교를 세워달라고 했을 때 세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것은 잘 알려진 일이나 더욱 놀라운 것은 그 같은 재산을 행상이나 삯바느질등 온갖 고초를 다 겪으면서 푼푼이 모았고 특히 어머니의 유지를 받들어 이같이 훌륭한 사업을 이룩했다는 사실이다.
국민학교도 제대로 마치지 못한 채 홀어머니와 함께 바느질품을 팔며 어려운 생활을 하던 때인 13살의 어린 나이에 이미 학교를 세우겠다는 큰 뜻을 품었고 편모의 유언마저『학교를 짓기 전에는 제사도 지내지 말고 결혼도 하지말라』고 했다는 데는 다만 숙연해질 따름이다.
이같은 뜻을 이어받아 억척같이 모은 전재산 27억원을 학교법인 외에도 장학재단·학술문화재단등 공익단체를 만드는데 씀으로써 튼튼한 교육기반을 닦았다는 것은 이땅의 교육사에 길이 기억될 것이다.
고인의 이름을 딴 금옥여중·고는 아직 공사중이어서 내년에나 개교된다고 하여 필생의 꿈이 실현되기 직전에 유명을 달리하여 안타까운 마음 그지 없으나 고인의 생활철학은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남아 그 뜻을 모두 폈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마침 요즈음은 교육주간이어서『스승에게 위신과 영광을』이라는「슬로건」이 정해졌다. 오늘의 교육현실이 이상궤도를 걷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고인의 발자취는 단순히 일개 학원의 설립이라는 뜻을 떠나 새로운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아파트」건축업자들에게「아파트」단지 주변에 학교설립을 권유해도 외면당하는 것이나, 갈수록 과밀해지는 학교시설, 사학재단의 변태운영, 지나치게 현실과 타협하는 교사상등 숱한 숙제를 지닌 우리의 교육여건 하에서 볼 때 이는 분명 많은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고 할 수 있다.
고인은 이미 생전에 이 학교를 공립으로 전환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사심없이 오로지 후세교육을 위해 일생을 바친 한 여성의 집념은 보람된 생의 참 모습을 보는 것 같다.
고난 끝에 보람으로 이어진 고인의 생애는 불우한 사람들에게도 크나큰 용기와 희망을 심어주는 것이었다. 부처님 오신날 영결식이 엄수됐다. 고인의 명복을 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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