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 美 환호 … 부시 "전쟁 아직 안끝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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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주민들은 미군을 점령군이 아닌 해방군으로 맞았다. "

미군이 9일 별다른 저항을 받지 않은 채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에 진입하는 모습이 TV를 통해 미국 전역에 생중계되자 전쟁 당사국인 미국은 축제 분위기에 빠졌다. 치열한 시가전이 벌어지고, 미군도 적지 않은 인명피해를 볼 것이라던 당초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사담 후세인 정권을 축출하고 이라크의 무장해제에 진전이 있는 데 고무돼 있다"고 밝히고, "그러나 전쟁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고 백악관 고위 관계자가 밝혔다.

미 언론은 "미군 병사들의 희생이 감소돼 본국의 가족들이 겪어야 할 고통도 줄어들게 됐다"면서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동시에 "사담 후세인에게 충성을 다할 것이라던 공화국수비대는 도대체 어디로 간 거냐"면서 의문을 표시하고 후세인의 생사에 대해서도 집중적인 관심을 쏟고 있다.

CNN과 폭스 TV, MSNBC 등 뉴스전문 채널들은 특히 이라크 주민들의 반응을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이라크 주민 일부가 성조기를 흔들고, 차량 경적을 울리면서 미군을 환영하는 모습은 생생하게 미 전역에 전달됐다.

미 방송사들은 바그다드 시내에 있는 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대형 동상이 철거되는 과정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것에 필적할 만한 역사적인 순간'이라면서 한 시간 이상 전과정을 생중계했다. 하지만 미군 병사가 철거 직전 후세인 동상의 얼굴을 성조기로 덮자 "미군이 바그다드 시민들에게 점령군으로 보이면 안된다"면서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백악관과 국방부도 환영 일색이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우리의 전쟁계획은 매우 잘 수행됐다"면서 만족감을 표시했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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