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대 캐나다전의 패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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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3년 동안이라는 합숙훈련을 벌여온 한국이 불과 3주간 합동훈련을 가진 캐나다에 체격은 물론 기술면에서도 완전히 압도당해 어이없이 패배, 세계여자농구대회는 개막부터 먹칠을 하고 말았다.
78년이래 공식대회에서 전승가도를 누비며 아시아를 석권해온 한국여자농구가 미지의 캐나다에 완패한 것은 한국농구에 너무나 큰 충격이었다.
이같은 처참한 결과는 해외정보에 거의 백지정도로 어두운 대한농구협회가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당초 한국은 주최국으로서 결승리그에 맞바로 오를 수도 있었으나 관중동원 등을 고려, 몬트리올·올림픽 준우승팀인 미국을 결승리그에 올려놓고 한국은 예선리그를 벌이도록 경기일정을 짰다. 또 약하다는 A조(캐나다·화란·볼리비아)에 한국을 편성시켰다. 한국은 이제까지 캐나다와 공식대회에서 한번도 대결한 일이 없었으나 지난76년 몬트리올·올림픽 예선에 출전했을 때 캐나다와 연습경기를 여러차례 벌여 일방적인 승리를 거둔 실적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 대회에서도 캐나다의 전력을 낮게 평가, 첫날 첫경기에 한국상대로 내세웠다가 그만 허를 찔리고 만 것이다.
미국의 팻·헤드 코치는 『한국은 초반부터 너무 느슨한 플레이를 벌였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캐나다의 팀·플레이에 말려들고 말았다』고 한국의 패인을 분석했다.
캐나다의 돈·매크리 코치는 『리바운드에서 절대적으로 우세하면 승부는 끝난 것이 아니냐. 공격에선 처음부터 한국 골밑을 노렸고 수비에선 박찬숙보다도 조영란을 봉쇄하는데 중점을 둔 것이 그대로 들어맞았다』면서 미국과 패권을 다투게됐다고 장담하고 있다.
한편 한국의 정주현·신동파 코칭스태프는 『캐나다의 기량에 놀랄 뿐이다. 완패한 것에 대해선 할말이 없다』고―. <이민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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