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관계, 중·러 수준으로 격상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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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4일로 예정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양국이 군사·안보 협력 내실화에 초점을 맞춘 관계 격상을 논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한·중은 안전 분야에 있어 협력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25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양국은 현재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전면적 전략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특히 중국 쪽에서 더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 관계에 ‘전면적’이 추가되는 것은 곧 군사·안보 분야까지 실질적 협력 확대를 의미한다.

 현재 중국은 러시아·베트남 등과 이 수준의 관계를 맺고 있다. 한 소식통은 “전면적이라는 명칭도 명칭이지만 내용 면에서 양국 관계를 현재 중국과 러시아가 맺고 있는 수준까지 발전시켜 보자는 것이 논의의 본질”이 라고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은 최근 한국과의 관계 발전이 일본이나 미국 변인에 따라 달라지는 1회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며 “중국이 장기적 동반자로 한국을 인식한다는 신뢰를 주려 한다”고 설명했다.

  6·25전쟁에서 적국이었던 한·중이 수교 22년 만에 군사 협력의 내실화를 논의하는 것은 유례없이 빠른 발전이다. 하지만 정부 내에서는 신중론도 있다. 한·미 동맹에 미칠 영향을 신중히 따져 봐야 한다는 것이다.

 양국은 환경·에너지 등 비전통적 안보 분야에서의 협력방안 마련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세월호 참사와 중국의 테러 등 치안 불안 때문에 안전 분야가 공통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복수의 관계자는 서해상에서 재난이나 사고가 발생할 경우 수색과 구호활동에 한·중 군경이 협력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안전 분야는 인도주의 차원의 문제인 데다 세월호 참사가 있어 미·일 등으로부터 지지를 이끌어 내기도 쉽다. 중국 입장에서는 해상 안전 확보에 힘을 보태 세월호 참사로 상처 입은 우리 국민을 위로하고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단속 등에 힘을 쏟겠다는 의지의 표명도 될 수 있다. 또 연평도 포격 같은 서해지역 북한 도발을 간접적으로 억지하는 효과도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 때도 양국 정상은 서해를 ‘평화협력의 바다’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어 후속 조치 차원에서도 이 논의가 힘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25일 시 주석의 방한에 대해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보다 먼저 한국을 방문하는 것이 갖는 전략적 함의가 크다”며 “중국의 남북한에 대한 정책의 무게중심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흐름을 읽을 수 있지 않겠는가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유지혜·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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