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난 사람들-김정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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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아침 저녁으로 배달되는 신문들을 읽다가 보면 무언가 잘못 돌아가는 듯한 느낌이 자꾸만 든다. 경제성장을 과시하는 기사들이 있는 반면 거기에 정비례해서 늘어나는 공해사태, 그리고 정부의 약속을 뒤엎고 무섭게 뛰어오르는 물가고 등등은 서민의 생활을 갈수록 위협하기 때문이다.
호랑이한테 물려가더라도 정신만 차리면 살아날 수 있다는 말이 있는데 이러한 가운데서도 신문 사회면을 보면 별난 사람들의 별난 짓들이 최근들어 부쩍 늘어나는 추세 같다.
그 별난 사람들은 특정인 또는 저명인사 그리고 그러한 분의 부인들이다.
요컨대 소위 수입 화장지를 써야만 뒷맛이 좋은 상류계급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아무리 소비절약·사치풍조 근절을 부르짖어도 8백만원짜리「밍크·코트」를 입어야하고, 3백만원짜리 시계를 팔목에 끼워야하고 14만원짜리 허리띠를 매어야하고 1백만원짜리 「라이터」를 써야만 담배맛이 제대로나고「코흘리개」에게도 외국산 고급시계, 외제옷에 황녀처렴 꾸며서 고급승용차로 학교에 보내야만 직성이 풀리는 별난사람들-더러는 배주름살 펴는데도 3백만원씩 썩썩 내고 수술이 잘되면『마음에 든다』면서 의사교수에게 승용차까지 선물한다던가?
이런 집 자제분이니까 미국「예일」대학에 다니던 한 학생은 그의 졸업기념「파티」에4만「달러」-우리돈으로 2천여만원을 들여서 국위를 선양(?) 했는데, 우리음식이 아닌 일본요리를 대접하기위해 동경서 고급요리사까지 초청해 갔다고 하지않은가?
『내 돈 내 쓰는데, 우리 부모님 돈, 내 얻어 쓰는데 무슨 상관이냐?』
별난 사람들은 이렇게 냉소를 할는지 모른다.
그러나 누구의 도움으로 또 어떤 수단으로 그렇게 할만큼 벼락부자가 되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특정인이니 저명인사란「타이틀」이 늘 따르게 마련인 요즘 사회면 기사가 바로 그것을 설명해 준다.
정부가「매점매석」을 엄금하겠다고 엄포를 놓는데도 비밀창고에 2억원어치「타일」을 감쪽같이 숨겨놓고 시세를 올린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이던가? 중장비까지 동원해서 당국의 허가야 있든 없든 모래를 함부로 파내어 강둑을 붕괴위기에 놓이게 한 별난 거물급, 허가없이 군유림을 마구 채벌한 간덩이큰 저명인사, 정부양곡 부정유출자, 새마을금고를 엉큼스럽게 쥐주물러 돈을 번 방약무인의 특정인들….
미국에선 전 대통령「닉슨」씨도 뇌물혐의로 가택수색을 받았고, 현 대통령도 탈세가 드러나 벌금을 물게 됐다는데… 아무래도 우리주변에는 별난 사람들이 지나치게 득세를 하는 것 같다.

<작가>
▲부산 동래출생▲「와세다」대문과수료▲36년 조선일보신춘문예당선▲한국문학상·대한민국문학예술상등수상·부산대교수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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