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함께|실증적인 문헌자료 발굴에 큰보람|역사성·미학성에까지 연관을 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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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소설사를 사회사나 문화사등 일반사에 예속시켜 버리는 기존의 비문학적인 태도를 지양하고 문학 특유의 특수사로서 서술하려 애썼읍니다.】
원고지 3천장의 방대한 저작『한국 현대소설사』를 펴낸 저자 이재선교수(44·서강대국문학)의 말이다. 18년 교수생활을 정리해 보려는 뜻에서 지난77년 봄부터 78년봄까지 꼬박 1년을 걸려 고심끝에 집필한 책.
이미 지난 72년『한국개화기소설연구』를 펴내 소설사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연 그는 계속해 『한국단편소설연구』(1975) 『한국문학의 전통과 변혁』(1976)을 저술, 소설사체계화의 길을 꾸준히 걸어왔다.
해방이후 이제껏 「현대문학사」의 이름을 단 책들은 적지 않게 나왔지만「소설사」에 국한된 문학사는 김우종씨(문학평론가)의 『한국 현대소설사』(1968) 이후 두 번째다.
그러나 문학의 역사성과 미학성을 유기적으로 연관시켜 개개의 작품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평가를 처음으로 시도하려 했다는 점에 이교수는 자부심을 갖고있다.
그는 무엇보다도 문학사서술 평론이 역사가의 연구결과 보다 앞서 「비약된 헤석」을 내려서는 안된다고 우려한다. 어디까지나 구체적인 작품을 두고 「비평가의 역사의식」과 「역사가의 비평의식」사이에 긴장된 균형을 유지해야한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이책을 쓰면서 방법론적 모색과 함께 실증적인 문헌자료의 발굴과 정리에도 역점을 두었다. 이책의 부록으로 덧붙인 작가·작품연보도 이같은 실증연구의 결과다. 여기엔 2O년대부터 50년까지의 2백여작가 3천항의 작가·작품이 망라돼 있다. 그는 여러 가지 제약때문에 이책에서는 개화기신소설에서 6·25직전까지를 서술범위로 한정했지만 50년대 이후의 소설과 이조시대의 고전소설도 계속 연구할 작정으로 있다. 그러니까 이교수의 『한국현대소설사』는 그의 필생의 연구과제인 『한국소설사』의 본격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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