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간의 "심리적거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한일 「커뮤니케이션」연구회는 작년12월 일본 동경에서 제1회「심포지엄」을 가진데 이어 이번에는 이틀(2월26, 27일)에 걸쳐 서울에서 제2회「심포지엄」을 갖고, 한일양국국민들이 서로를 보다 옳게 이해할 수 있게 함으로써 상호협조증진의 기틀을 마련키 위한 방안을 「커뮤니케이션」차원에 초점을 맞추어 과학적 실증적으로 조사한 결과를 논의했다.
한국측에서는 서울대학교의 김규환교수(연구회 한국측대표)가 중심이 돼 오. 환(연대\이상희교수(서울대), 최종수(한국일보), 송두빈(내외경제)씨와 필자가 참석했고, 일본측에서는 연구회 일본측 대표인 동경대학의 「쓰지무라」(?촌명), 「다께우찌」(죽내욱낭)교수 (동경대)등 5명이 참석했다.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는 무척 가까우면서도 사회적·심리적으로는 무척이나 먼 거리에 떨어져있다.
상대방에 대한 보다 올바른 이해에 입각한 새로운 인식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치적 경제적인 차원에서도 작용을 가할 수 있겠지만 좀 더 근원적인 사회적 심리적 차원에서의 변화가 수반될 매 보다 공고히 될 수 있을 것같다.
상호이해의 증진을 이룩하는데 사회적 심리적 접근을 통해 기여해보려는데 한일 「커뮤니케이션」연구회의 목적이 있고, 또 바로 이런점 때문에 이 연구가 학구적이면서도 실제성과 현실성을 강력하게 띠게 된다.
이번 서울에서 있은 제2회 「심포지엄」에서 발표되고 논의된 것 가운데 중요한 것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교과서분석=어릴때는 주변사물에대한 「이미지」가 백지에 가까우나 자라면서 그 위에 그림이 그려지게 된다. 이 그림이 어떻게 그려질 것이냐에 크게 작용하는 것이 교육이며 교과서에서 상대국 또는 국민을 어떻게 그리고 있느냐에 대한 분석이 중요하게 된다.
우리나라 중·고교용 교과서는 8·15해방이전에 관해서는 잘 정리되어있으나 한국과 일본이 새로운 관계에 접어든 해방이후에 관해서는 거의 언급되어 있지 않다. 과거가 중요한 것은 현재와 미래와의 관계에서이며, 우리는 언제까지나 과거에만 눈길을 돌리고 있을 수만은 없고 이런 뜻에서 우리 교과서에서도 과거의 교훈에 바탕을 둔 앞으로의 자세에 대한 제시가 있어야할 것같다.
이번에 교과서가 대폭 개정된다고 하니 이런면에 기대를 걸어본다. 일본측이 일본 교과서분석을 한대로 우리것과 비교해 봄으로씨, 서로가 자라는 세대의 머리와 가슴에 상대방을 옳게 그려주고 있는지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어떻게 해야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제시가 가능할것이다. (황성모)
▲신문내용분석=대학생 내지는 사회인의 단계에 이르면 「매스컴」, 그 중에서도 특히 신문이 간접경험의 제공을 통해 주변사물에 관한 「이미지」의 형성, 보강, 내지는 변화에 크게 작용을 미친다.
교과서는 과거를 이야기하지만 신문은 주로 현재를 이야기하기 때문에 미래의 관점에서 볼 때 신문이 상대방을 어떻게 그리고 있느냐는 것은 지극히 중대관심사가 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신문의 사설은 일본 또는 일본과의 관계에 대해 많은 관심을 표명하나, 그 논조는 지극히 비판적이고, 비판의 대상은 주로 일본정부고, 비만의 논거는 일본측의 무성의, 대공산국접근정책, 근린궁핍화무역정책, 일본 「매스컴」보도의 편향성등이 되고 있다. (최종수)
일본신문사설의 경우 한국에대한 관심이 그리높지않고 논조는 주로 부정적·비판적이며 그 주비판대상은 한국정부가 되고 있으며, 북한정권에 관해서는 언급이 상당히 적으나 평가는 대체로 중립적으로 내리고 있다. (도변양지)
한편 일본신문들의 한국관계보도내용을 보면 반체제동향과 그 관련기사들이 지나치게 크게 자주 취급되고있고 (76년의 경우) 경제와 사회에 관해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관심만을 보이고 있어 편향성을 나타내고 있다(송두빈). 일본 신문사설의 한국관계논의를 보면 한국이 특수사정에 처해있다고 지적은 하면서도 그 논리전개에 있어 그 특수사정에대한 이해가 결여되어있는 감을 느끼게 된다 (전전수일).
▲여론조사=학교교육을 통해, 그리고 「매스컴」을 통해 위와같은 「이미지」를 심어받은 한·일 양국국민들은 상대방에 관해 매우 부정적인 「이미지」를 품고 있음이 사회조사방법을 동원해 알아본 결과 나타났다. 그러나 그 정도에는 다소의 차가 있어 한국인이 일본에 대해 갖는 「이미지」보다는 일본인이 한국에 대해 갖는 「이미지」가 좀더 부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인들은 정치적 측면에서는, 즉 하나의 국가로서의 일본 또는 일본국민에 대해서는 강력한 불신감과 경쟁을 의식하지만, 문화적 측면이나 개인적 측면에서는 일본인에게 나이가 든 사람의 경우 특히 더 타외국인에 대해서보다는 좀더 친밀감을 느낄수 있는 여지가 있음을 시사해주고 있다. (오?환)
일본인들이 한국에 대해 갖는 「이미지」는 매우 부정적임이 밝혀졌으나, 국가로서의 「이미지」가 개인으로서의 「이미지」에 비해 좀더 부정적인 쪽으로 나타났다. 한가지주목되는 것은 부정적인 정도가 보다 큰 『국가로서의 한국』에 대한 「이미지」의 주원천은 「매스컴」이고 그 보다는 덜 부정적인 『개인으로서의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의 주원천은 개인접촉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직접적인 대인접촉이 일본인들의 대한국관개선에 크게 작용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최근에 한국을 여행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별도로 조사해본 결과 모든 측면에서 대한 「이미지」가 크게 좋아지고있음이 드러났다. (부내욱낭)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