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없는 「열대농원」|「비닐· 하우스」 33동 파파이아 등 23종 가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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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겨울 추위를 잊고 싱그러운 열대과실이 남해안의 대규모 「비닐·하우스」에서 탐스럽게 자라고 있다.

<전국서 주문쇄도>
충무에서 마산으로 이어지는 국도를 따라 3km쯤 가면 호수같은 한려수도가 마을을 끼고 있는 경남 통영군 광도면 죽림리에 닿는다.
이 마을 최덕수씨 (50)의 죽림 열대과실 농장에는 「파인애플」 「퍼마야」 「망근」 「체리모야」 「리치야」 「두리언」 대추야자 「애버카드」 등 이름마저 낯선 열대과실들이 「비닐·하우스」를 가득 채워 열대의 정취를 물씬 풍기고 있다.
50여 가구가 살아있는 이 마을에서 7대째 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최씨는 18년전인 61년 「비닐·하우스」 70평에 처음으로 오이재배를 시작하면서 온상재배의 수익성을 알게 돼 64년부터 특수과실 재배에 들어갔다.
당시에는 기후·토질 등 열대과실 재배가 불가능할 뿐 아니라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주위에서 『미친 짓을 한다』는 손가락질을 받기도 했고 융자 신청도 거절당하는 등 숱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이제는 5천여평의 밭에 30∼4백평짜리 「비닐·하우스」 33등을 마련, 23종의 열대과실 6만여 그루를 재배하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열대농장을 이룩했다.
연중 열매가 달려 수확을 할 수 있는 농장에는 「파인애플」을 제의하곤 국내 어느 곳에서도 불수 없는 진귀 과실들이다.
「파인애플」은 대농 2호와 5호로 대만에서 개량된 품종을 구입한 것으로 오래 저장할 수 있고 맛이 뛰어나 서울 신세계 백화점 등 전국 곳곳에서 주문이 많다.
남 「아메리카」가 원산지인 「파마야」는 5백여 그루에서 연평균 1백개 이상의 호박만한 열매를 따내 1개에 2천원 이상을 받는다.

<섭씨 27도를 유지>
「하와이」에서 들여온 「망고」는 지난해 처음으로 시험재배, 올해 50그루에서 5백개를 따내 2백만원의 수익을 올릴 계획이다.
죽림농장의 「파인애플」은 올해 60t을 생산, 국내소비의 6%를 공급하고 일본 송영물산과 계약, 올가을 처녀수출까지 하게 됐다. 판매액만도 1억원을 넘는다는 것.
열대권이 아닌 나라에서 열대과실 재배에 성공한 나라는 극히 드물어 이웃 일본에서도 대부분 실패하여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일대과실은 섭씨 24∼27도의 온도를 유지해야 하며 영상 6도까지 견디기 때문에 한겨울 평균기온이 6도 8분인 경남 통영·충무·고성등이 재배적지로 꼽힌다는 최씨는 무엇보다 「비닐·하우스」 관리와 열대과실의 품종특성 연구가 중요하다고 했다.

<농고생들의 실습장>
최씨의 죽림농장에서 기술지도를 밤은 김준의씨 (29·경남 거제군 거제면 내간리)도 거제에서 3년전부터 2천여평의 「파인애플」 농장을 경영하고 있다. 죽림농장에는 또 전국각지의 농업계 고등학교의 원예과 학생들이 연간 50∼60명씩 실습을 받기 위해 찾아와 20여일씩 열대과실 재배기술을 익히기도 한다. 최씨는 이들에게 숙식을 무료로 제공, 열대과실의 재배기술 보급에도 힘쓰고 있다.
「파인애플」은 최씨의 농장의 경남진주·진양·사천·거제 등지와, 제주도의 2백여 농가에서 재배, 연간 4백여t을 생산하고 있으나 장려품종이 아니라는 이유로 당국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
최씨의 노력은 그러나 점차 무관심했던 관계기관이 눈길을 돌리기 시작, 지난해에는 충무시가 관광농원으로 지정한 정량동 9ha의 임야에 3천5백 그루의 「올리브」를 심어 본격적인 열대과실 시대의 개막을 준비하고 있다.
연간 관리비만도 5백여만원이 드는 최씨의 「비닐·하우스」는 모두 철재·「콘크리트」로 지어졌다. 또 이 일대는 10개의 산봉우리가 죽림리 마을을 감싸안아 겨울철의 차가운 북풍을 막아주고 토지가 비옥하여 열대식물이 잘 자란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파인애플로만 1억>
껍질을 벗기면 바로 「아이스크림」을 느끼게 하는「체리모야」는 세계 3대 진과의 하나. 과실중에 가장값이 비싸 개당 5천∼1만원에 말리고 있다. 사과·귤등의 과실값은 상자당 또는 kg당으로 정해지지만 이 농장에서 나오는 열대과실은 모두 개망으로 셈을 한다.
통영지방을 찾아오는 각계 인사들이 명소로 알려진 이곳을 방문하려면 「파인애플」로 담근 술을 대접,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래도록 그 술맛을 잊지 못해 먼 곳에서 일부러 들르기도 한다,
서울·부산 등지 대도시·유명백화점 뿐 아니라 큰 「호텔」·이름난 식당 그리고 외국귀빈을 접대하는 자리에서도 죽림농장의 열대과실은 인기를 모으고 있다.
글 김형환 기자 사진 이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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