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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숙 3개의 협주곡 정명훈 지휘로 녹음 "최고 수준 감동 선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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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작곡가 진은숙씨는 “시대와 교감하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이 베토벤과 말러 곡을 녹음한 데 이어 한국 출신 작곡가 진은숙(53·서울시향 상임작곡가)의 작품을 레코딩했다. 지휘자 정명훈이 이끄는 서울시향은 도이치 그라모폰(DG)에서 내는 일곱 번째 앨범에 진씨의 피아노 협주곡(피아노 김선욱), 첼로 협주곡(첼로 알반 게르하르트), ‘생황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 슈’(생황 우 웨이)를 선보였다. 아시아 교향악단으로는 처음 DG와 장기 앨범 발매 계약을 맺은 서울시향의 자부심 넘치는 선택이다.

 세계 음악계에 우뚝한 정명훈과 진은숙, 두 한국 출신 음악가의 만남이 국제 음반시장에 화제를 몰고 왔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동서양이 만난 이 곡이 한국 최고 교향악단에게 힘 있는 보증수표가 되어 주었다”고 평했다.

 독일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곡가 진씨는 17일 발매된 앨범을 받아들고 “완벽한 지휘자와 지극한 정성으로 연주한 조국의 교향악단이 최고의 감동을 뽑아냈다”고 기뻐했다. 지난 1월, 열흘 남짓 녹음 현장에 함께했던 진씨는 “연주가 너무 정확해서 이제 다른 오케스트라 건 못 듣겠다”며, 특히 난해한 곡을 메트로놈(박절기)처럼 따라잡은 피아니스트 김선욱(26)씨를 칭찬했다.

 - 1994년 세계적인 음악출판사 ‘부시 & 혹스’에 스카우트된 지 20년이 흘렀다. 한국 여성 작곡가로서 소회라면.

 “창작은 독특한 분야다. 작품이 대량으로 나올 수도 없고, 이름 남는 이가 여럿일 수도 없다. 한국은 현대음악 전통이 짧은 데 비하면 발전 속도가 빠르고 실력도 좋다. 해마다 ‘작곡 마스터클래스’에 오는 젊은 음악인을 보면서 우리 음악의 미래가 이들에게 달렸다고 생각한다. 결국 정신력이다.”

 - 콧대 높기로 유명한 ‘루체른 페스티벌’에 동양 여성으로는 처음 상주 작곡가로 선정됐다.

 “8월 23일 사이먼 래틀이 지휘하는 루체른 페스티벌 아카데미 오케스트라와 소프라노 바버라 해니건이 내 신작 ‘세이렌 요정들의 침묵’을 세계 초연한다. 최근 클라리넷 협주곡을 끝냈고 머릿속에선 계속 위촉받은 작품들 구상이 이어진다. 난 컴퓨터를 활용하는 대신 연필을 잘 깎아서 손으로 쓴다. 가장 아름다운 음향은 마감 시각이 휙 지나가는 그 순간에 마력처럼 온다.”

 - 서울시향이 8월 27일 ‘BBC 프롬스’ 데뷔 무대에서 ‘생황 협주곡 슈’를 연주한다. 지난 5월에는 정명훈 지휘 베를린 필이 당신의 첼로 협주곡을 연주하기도 했다.

 “늘 내가 지금 여기서 음악으로 뭘 말하려 하나 생각한다. 책을 읽고 편성 아이디어를 구한다. 음들을 엮어 구조를 논리적으로 만드는 게 작곡가가 하는 일이다. 귀를 즐겁게 하고 가슴을 떨리게 하면서도 지적인 만족을 줄 더 그럴듯한 논리를 만드는 것, 현대 음악은 현대 미학과 지성사를 꿰뚫을 때 청중을 감동시킨다.”

글=정재숙 문화전문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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