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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전교조는 판결 존중하고, 정부는 후속 조치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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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전교조가 합법적인 지위를 얻은 지 14년 만에 법외노조로 전락하게 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가 어제 전교조가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제기한 법외노조 통보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그 효과는 당장 나타난다. 이번 판결로 전교조는 형사상 유죄판결을 받아 해직된 교사 9명을 내보내고 노조 설립 신고를 다시 하지 않는 이상 그동안 교원노조로서 누려 온 법적 지위를 모두 잃게 됐다. 시·도교육청은 전교조와 더 이상 단체교섭과 단체협약을 맺거나 사무실 임대료를 줄 근거가 사라졌다. 노조 전임자로 교실을 떠난 조합원 72명도 다음 달 3일까지 즉시 학교로 복귀해야 한다.

 현행 교원노조법 조항만 보자면 해직 교사를 노조원으로 인정한 전교조 규약은 교원노조법 2조를 위반한 게 분명하다. 근로자가 아닌 사람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는 게 해당 조항이다. 고용부도 이를 근거로 해직 교사를 노조원으로 인정하는 전교조 규약에 대해 여러 차례 시정명령을 내렸고, 이를 거부하는 전교조에 대해 법외노조라고 통보했으니 적법한 행정처분을 했을 뿐이다.

 그러니 전교조가 “ 사법부는 스스로 행정부의 시녀임을 고백했다”고 비난 성명을 낸 것은 적절하지 않다. 사법부는 법을 만드는 곳이 아니라 법을 집행하는 곳이며, 이런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 법치주의다. 전교조가 아이들에게 준법정신을 가르치면서 법 위에 올라설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전교조는 일단 판결에 승복해 노조 전임자를 전원 학교로 돌려보내고, 정부와 시·도교육청의 예산 지원을 자발적으로 거절하는 게 마땅하다.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대거 당선된 친전교조·진보교육감 13명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전교조를 임의단체로 대우한다면 이를 막을 순 없겠으나 노조가 아닌 전교조에 다른 명목으로 사무실 운영비 등을 지급하거나 전교조를 정책 파트너로 삼아 교육정책을 결정해선 곤란하다. 법적 지위를 상실한 전교조와 13명의 진보교육감이 이번 판결을 계기로 정부와 갈등을 빚는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사실 이번 판결의 쟁점은 교원노조법의 조항이 노조의 단결권 등을 보장한 헌법을 위반했는지 여부였다. 국가인권위원회나 국제노동기구(ILO) 등의 거듭되는 권고나 선진국의 법률을 검토해 볼 때 노조의 조합원 자격은 법률이 아니라 노조가 자체적으로 결정하며, 해직자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교원노조법의 조합원 자격 제한 조항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 되돌아봐야 한다. 산별 노조에선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을 인정한 판례도 있지 않나. 법원의 판결은 분명히 존중되어야 하나 국제기준에 맞지 않는 조항은 손볼 필요가 있다. 정부의 후속 조치를 주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