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해방지시설의 의무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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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새환경보전법에 규정된 공해방지시설 보완유예기간이 작년말로 끝남에 따라 새해 벽두부터 공해방지시설미비업소에 대한 단속을 전면적으로 실시할 방침이라한다.
이번 단속에서 적발되는 공해업소는3년이하의 징역, 또는 1천5백만원까지의 벌금형을 받도록 하는등 처벌기준도 한층 엄해졌다.
급박한 우리 나라의 환경오염실태에비추어 정부당국이 경제개발과 병행하여 국민생활환경을 개선하고 보다나은 질의 자연을 향유할 수 있도록 새로운 법을 재정하고 그것을 강력히실시하겠다는 것은 때늦은 감이있지만 지극히 다행스런 일이 아닐수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할 때 새환경보전법을 지금 당장 그대로 적용하여위반업소에 대한 단속과 처벌만을 강화한다고 해서 이 법이 겨냥한 본래의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을 것인가에대해서는 미리부터 염려되는 점이 없지 않다.
공해문제란 어떤 하나의 제도개선이나 강력한 법의 시행만으로 바로그 다음 날부터 해결되는 성질의 것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강력한 법적 규제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규제를 받는측으로 하여금 적절한 事前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여건을 조성하고 이를뒷받침하는일이다.
물론 새환경보전법은 종래의 공해방지법에 비해 여러가지 발전적 제도를 담고 있는 것이사실이다.
그렇지만 이 법도 우리나라 기업의영세성,국제경쟁력등에 대한 충분한배려없이 규제적 측면만 강화, 확충했다는 인상을 씻을 수 없다.
우선 새환경보전법은 종래 공해방지법에서 인정했던 융자알선제도마저폐지했으며 기업의공해방지투자를 위한 국고보조금제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다.
단지 조세감면규제법에 따라 소득세 또는 법인세의 8∼10%를 감면할 수 있게 돼 있지만이는 막대한 시설투자에 비해 너무나 미약한 유도책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기획원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이공해방지시설을 새환경보전법의 규정대로 갖추려면 1개사에 화학업종이11억9천만원,정유업종 10억3천만원,「시멘트」·유리업종은 4억1천만원이 필요하며 평균 1개社에 4억6천만원이란 거액이 소요되는 것으로나타났다.
더우기 단속대상에 오른 1만6천4백68개 공해업소의 태반은 자본축적이 없는 중소기업들이다.
가뜩이나 자금난을 겪고 있는 이들 중소기업에 대해 고작 6개월의 유예기간을 주고서 새법이 규정한 공해기준의 준수를 강제한다는 것은 무리한 조치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환경보전법상 처벌규정의 발동을 위해서는 잠정적으로나마 보조금제를 인정하든지,아니면 중소기업의 경우 연차계획으로 공해방지설비를 하도록 허용하는등 융통성 있는 법운용이 이루어져야 하겠다.
중소기업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우러나라 기업의 구조적 측면을 외면한채 법적 규제를 강행한다해도 그 규제의 실효성은 의문시 될 수 밖에 없다.
공해방지는 온 국민의 생존을 좌우하는 절대적 명제의 하나다.이처럼중요한 과제일수록신중한 배려와 함께 실현 가능한 대책이 전제되지 않으면 안된다.
이러한 노력은 행정적 기능에 속하는 문제이겠지만 필요하다면 시행과정에서 시행규칙을현실에 맞추어 보완·삽입하는 방법도 가능할 것이다.
모처럼 시행되는 환경보전법의 정신을 올바로 살려나가기 위해서도 규제하는 측과 규제받는 측이 서로 조화를 이뤄나갈 수 있도록 法운용상의묘를 살려 무리가 없도록 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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