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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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용환 박범신 박양호씨등 세작가의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올려진 작품은 29편이었다. 이 가운데서 본심진행과정중 20편이 탈락했고 최종합평회에서 논의된 작품은『까치집에 불켜고』『원형안에서의 전락』『새』『착맥』 『중환자실』등 9편이었다.
상위권에 오른 몇몇작품을 제외하면 전체적인 수준은 예년에 비해 다소 처진듯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능숙한 솜씨와 새로운 감각을 보여준 점은 반가운 일이다.
『새』는 무엇보다 소재가 참신해서 얼른 눈에 띄었는데 소설로 꾸미는 힘이 약했다. 문장도 세련미를 보여줘 소설로서의 기본적인 틀만 갖춰졌던들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었을텐데 아쉬웠다. 그런가하면『착맥』이나『중환자실』은 문장이 덜 닦이고 표현이 미숙한 것등 단점이 지적돼 당선권에서 제외되었다.
마지막까지 남은『까치집에 불켜고』와 『원형…』은 매우 대조적인 작품드이었다. 소설쓰는 솜씨나 재미있게 읽힐수 있다는 점에서는『원형…』이 윗길이었으나 다소 통속적인 점, 관념적이라는 점에서 거부반응을 주었다. 그에 비하면『까치집…』은 능란한 솜씨는 아니더라도 전체적으로 따뜻하면서 새로운 느낌을 주어 세사람 모두의 호감이 간 작품이었다.
사실 이런 소재의 소설이 10년전에만 나왔다 하더라도「낡은 느낌」을 주었을 테지만 오늘에 와서는 이런「스타일」의 작가도 귀할뿐만 아니라 산업화·도시화돼가는 우리 현실에서 잃었던 인간의 본성같은 것을 되새길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새롭게 평가할수도 있을 것 같다. 더욱 정진하면 훌륭한 작품을 쓸수 있는 작가로 성장할 것을 의심치 않는다.
강신재·유종호·최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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