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대회가 남긴것|「전능의 대국」중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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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차례
(상)갈채받은 "답보"
(중)남북대결의 의미
(하)「전능의 대국」중공
「방콕」 대회의 가장 큰 특색은 중공 「무드」였다.
조금 과장해서 말한다면 「아시아」인의 『영원한 전진』이라는 「캐치·프레이즈」는 퇴색하고 『중공의 경이적인 전진』을 경축하는 연회를 본 기분이다.
4년전 「테헤란」대회때도 중공선풍이 불었다. 그러나 그 때는 중공이 오래도록 내려놓았던 폐쇄의 장막을 걷고 막 출현했었기 때문에 선풍의 진원은 호기심과 생경감과 같은 것이라 함이 옳다.
그때 중공의 전적은 9억인구의 잠재력으로 볼때 대단한 것이 못되었다.
그이후 4년만에 한국과 일본은 거의 제자리걸음을 했지만 중공은 무한한 잠재력을 실증, 괄목할 성장을 과시했다.
중공은 기본종목인 육상에서 마침내 일본을 제치고(금「메달」중공l2, 일본10개) 「아시아」최강으로 군림했으며 체조도 마찬가지였다.
탁구·「배드민턴」은 「다이빙」·체조와 함께 세계최고수준이며 「테니스」·농구·배구·축구등 구기종목과 역도·사격·「펜싱」등도 「아시아」경상대열로 비약했다.
「아시아」수준에서 볼때 중공의 낙후종목은 경영과 「복싱」·「레슬링」등 소수에 불과하다.
중공이 전체적으로 일본에 뒤지는 중요원인은 「메달」수가 가장 많은 수영에서의 열세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4년간의 변화를 감안하면, 앞으로 4년동안 중공이 수영부문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성취, 제9회 「뉴델리」대회때는 「아시아」경기대회사상 최초로 「챔피언십」을 일본으로부터 탈취할 가능성이 없지도 않다.
이러한 경기면에서의 맹위는 사실 중공열파의 주류가 아니다.
중공선풍의 참모습은 각종「아시아」「스포츠」기구회의에서의 주도권 장악과 태국국민 및 각국 선수단으로부터 받는 인기와 환대다.
한국「스포츠」가 더 큰 관심을 가져야할 대목이 바로 이것들이다.
「스포츠」를 효과적인 외교수단으로서 가장 적절히 활용하는 실례라고 할수 있다.
이미 4년전부터 시작된 움직임이었지만 이번 대회기간중 개최된「아시아」 경기연맹(AGF)총회를 비롯한 각종 회의에서 회원국들은 중공의 눈치를 살폈고 거의 중공의 향배에 따라 각종 문제가 매듭지어졌다.
세계기구의 강력한 견제에도 불구, 육상·수영이 치러졌고 축구등 각 경기연맹의 임원개선이 대부분중공의 입김을 받은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또 모든 경기장은 중공「무드」일색이어서 중공선수들은 어디에서나 환영과 갈채를 받았다.
미국이 수교를 결정할 정도로 국제정치의 기류가 중공으로 흐르고 있긴 하다.
불과 한달전 등소평의 방문으로 우호분위기가 성숙되고 지극히 단순한 체질의 태국민이 이러한 시류에 금방 현혹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가장 주목되는 점은 중공 「스포츠」의 「매너」다. 그들은 어떤 성분의 관객들에게도 호감을 이끌어 낼 깨끗하고 공정한 「스포츠맨십」을 발휘한 것이다.
선수들은 어떤 곤경에서도 「페어·플레이」로 일관하며 임원들도 상대「팀」·심판·관중 등 모두에게 은근한 미소와 점잖은 거동으로 대했다. 그들에게 적대적 언동을 취한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되지 않는 일인 것 같았다.
중공「스포츠」는 경기에서도 승리하고 경기외적면, 즉 외교에서도 성공한 것이다.
이러한 중공에 유일하게 도전한 것이 한국이었다. 남자농구경기때 고전을 하던 한국 「팀」의 한 선수는 고의로 「볼」로 중공선수의 얼굴을 때렸다. 전세를 뒤바꾸려는 신청전이었지만 끝내 대패했고 태국관중의 비난까지 덤으로 받았다.
태국국민들의 「스포츠」반한감정은 열등의식의 발로라 치더라도 평소「매너」가 매끈하지 못한 우리의 잘못도 반성해야한다.
태국민은 이번에 무조건 한국「팀」을 야유하고 상대「팀」을 응원해주었다.
한국은 「스포츠」정신을 재확립함과 동시에「스포츠」외교면에서 북한을 끼고 도는 중공세를 극복하기 위해 근본적인 체육정책이 필요하다는 느낌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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