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선」이름붙여 외화·방화로 메운 연휴특집 기대 어긋나|사실에 충실한 『성녀줄리아』, 호소력 있으나 너무 감상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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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 한해동안 TV3국은 대형「드라머」·대형「다큐멘터리」등으로 삼파전을 벌여 굉장한 의욕과 저력을 과시했다.
그런만큼 이 해를 마무리짓는 연말 「시즌」에도 특별히 돋보이는 특집「프로」를 시청자들은 기대하리라 여겨진다.
「크리스머스」·대통령취임·연말연시로 이어지는 황금연휴를 위해 TV3국은 갖가지 푸짐한 특집「프로」들을 마련하여 지난 23일부터 방영을 시작했다.
이번 특집편성을 훑어볼 때 자체제작물 보다는 「특선」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외화나 방화의 양이 많은 탓으로 정성을 들인 특집「프로」가 적다는 인상을 받는다.
□…TBC-TV에서 23일밤에 방영된 특집『추적시리즈』『고요한 밤의 초상화』(박지성극본, 하강일연출)는 사건의 때를「크리스머스」에 맞춘 반공수사극으로, 화가를 납북하라는 지령을 받은 여간첩이 화가를 진정으로 사랑하게 됨으로써 지령을 거역하게 되는 이야기.
소재는 흥미를 끌었으나「스토리」의 작위성이 드러나고 사건전개가 지루한 탓으로 공감을 주지 못했다.
□…KBS-TV는 일요사극『맥』을 「크리스머스」특집으로 기획하여 『성녀줄리아』(상·하편)를 방영했다.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끌려가 온갖 박해를 무릅쓰고 끝내 순교한 성녀「줄리아」의 일대기를 TV에서 다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만 사실에 충실하려는 노력과 진지함이 넘쳐흘러서 상당한 호소력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욕심을 부리자면 전체적인 「톤」이 「감상적」으로 흐른 느낌이 들었고, 그럼으로써 격조높은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MBC-TV는 「크리스머스」에 맞추어 『113수사본부』를 특집으로 꾸민 『「크리스머스」선물』(유열극본, 유길촌연출)을 방영했다. 「스토리」의 내용이 사건자체 보다는 휴일이 없는 수사관들의 노고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보겠는데, 특집치고는 너무 허술한 「프로」였던 것 같다.
수사관이란 평일보다는 통금이 해제되는 경축일엔 오히려 초비상태세속에서 불철주야 임무를 수행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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