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해시대」막 내린 영해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1978년12월은 전통 있는 영국해군이 한때 5대양에 걸쳤던 거대한 날개를 접은 조낙기로 기억될 것이다. 이 달에 영국해군에 소속된 거대한 항모의 마지막 한 척인 「아크·로열」호가 퇴역했다. 또 항모 훈련을 위해 지상에 세워 놓은 모의 항모 「갠지스」호도 이 달 중 부동산업자들의 경매에 붙여진다. 모든 전함들은 이미 여러 해전에 퇴역했고 이제 항모도 그 뒤를 따르게 되었으니 영국해군은 호기로 왔던 한시대의 막을 내리고 축소된 국세에 알맞는 규모로 새 시대를 맞게된 셈이다.
항모를 폐기하기로 한 결정은 지난66년, 국방성이 노후한 선박을 대체시킬 새 함정의 건조계획을 포기함으로써 내려졌다.
그 이유는 세 가지였다.
첫째 첩보위성과 장거리 「미사일」시대에 항모와 같은 거대한 함정은 무용지물이라는 점이다. 전쟁이 일어나면 순식간에 모두 파괴될 취약점을 가졌다는 것이다.
둘째, 아직도 소국에 대한 「포함외교」류의 협박수단으로는 거함들을 이용할 수 있겠지만 영국의 현재입장으로는 그럴만한 대상도 없고 그런 협박을 뒷받침할 힘도 없다.
셋째, 항모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엄청난 예산을 줄여 잠수함과 소형구축함 육성에 중점을 두자는 것이다.
앞으로 영국해군의 항공주력은 넒은 활주로가 필요 없는 수직 이륙기 「해리어」와 「헬리콥터」가 담당하게 된다. 이 새로운 형태의 항모는 1980년에 취역하게 되는데 이착륙에 드는 공간이 넓지 않기 때문에 순양함과 구축함에 항공기를 적재하게 되는 것.
그렇게 해서 영국해군의 주력은 2만t급의 순양함이 맡게 되며 이들의 역할은 전쟁이 일어날 경우 대서양의 동부 해역을 확보하는 것이다.
모든 항모를 퇴역 시킨데 대해 일부에서는 중대한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즉 영국이 북해유전의 덕분으로 85년에는 「에너지」면에서 자급자족하게 되었지만 그것이 10년 이내에 고갈될 전망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영국해군의 역할이 중동석유의 보급로를 확보하는 것까지 포함되어야 하는데 축소된 형태의 해군력으로는 그런 역할을 감당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