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서 준 값진 선물 사유화한 불 정객들에 화살집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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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파리=주섭일특파원】정치지도자들이 외국을 방문할 때 빈손으로 가지 않는 것은 때때로 중요한 외교적 의미를 지닌다. 「프랑스」정치인들이 선물을 갖고 가고 다시 받아 오는 관습은 외교목적을 달성하는데 유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미국정치인들이 받아온 선물을 박물관 등 공공기관에 기증하는 본보기와는 달리「파리」의 정치거물들은 모든 선물을 자기 집 응접실에 장식, 사설박물관을 만든다는 비판이 나와 주목된다. 우선 「지스카르·대스탱」대통령도 외국방문 때마다 받아온 선물들을 사택인 「오통」성에 보관, 문자그대로 진귀한 예술품들이 쌓여 웬만한 미술관을 뺨칠 정도라는 쑥덕공론이다. 「지스카르」는「폴란드」 방문 때 「기에레크」당 제1서기로부터 10여개의 스라소니가죽, 곰3마리와 늑대 2마리의 가죽들을 받아 「엘리제」궁 지하창고에 장식했다. 이곳에는 이미 중앙「아프리카」의 「보카사」 황제가 선사한 거대한 코끼리 가죽도 있다.
「부르기바」 「튀니지」대통령은 「프랑스」 방문시 17세기의 「카이루안」 양탄자를 불 대통령에게 친선의 표시로 주었고 지금 「데모」로 권좌가 불안한 「이란」 왕도전성기에 값을 매길 수 없는 초호화 판 양탄자를 선물, 대통령 궁을 장식하고 있다.
「드골」파 총수 「시라크」 「파리」시장이 수상으로 중공을 방문했을 때 17세기의 희한한 도자기를 받아 왔는데 「파리」의 골동품 감정가들이 군침을 삼키며 감정한 결과 1천여만「프랑」(약10억 원)의 보물이었다고―. 「사우디아라비아」 정치인들이 「파리」를 방문했을 때 순금고급시계를 우정의 표시로 「프랑스」 각료들에게 선사한 것은 「프랑스」 기업들과 경제협력조인을 한층 쉽게 한 요소가 되었다. 또한 「브레즈네프」 소련공산당서기장이 「시라크」 「파리」 시장에게 골동품 화병을 선사한 것도 80년대 「드골」파의 정치적 「리더십」을 예상한 외교복선이라 풀이된다.
이 같은 선물은 집권자들만의 독점물은 아니다. 사회당의 「미테랑」 제1서기도 「그리스」방문 때 어느 박물관에 갖다 놓아도 빛날 고대도자기들을 받았다.
「조르지·마르셰」 공산당수가 「루마니아」에 갔을 때「차우세스쿠」대통령은 18세기의 진귀한 자수가 담긴 연회장용 거대한 탁상보를 선사했다. 이처럼 희귀한 선물을 받는 불 정치인들이 「프랑스」의 국보급선물을 외국원수들과 정치지도자들에게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다.
불 정치인들의 선물들은 모두가 개인소장의 「컬렉션」들이기 때문에 외국의 선물을 그 자리에 메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이 선물교환이 때로는 외교협상의 기름이 되는 것으로 한국외교에도 이것이 얼마나 유용했는지 한번쯤 따져 보아도 무방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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