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의 TV주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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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주는 TV가 그 기능을 한껏 발휘할 수 있는 큰일들이 많았다.
전국민이 지켜본 12일밤의 국회의원 선거 개표실황 철야방송과 제8회 「아시아」경기 중계등은 다른 「미디어」의 추종을 불허하는 TV의 독무대.
특히 「아시아」경기 뿐만 아니라 잇단 「프로」권투「타이를·매치」등「스포츠·팬」들에겐 황금주간이라 해도 좋을만했다.
그러나 늘 하는 이야기지만「스포츠」에 별 흥미를 못 느끼는 시청자들은 마치 밀가루음식을 싫어하는 사람이 무미일을 맞은 심정처럼 우울했다.
아무리 국력을 겨루는 큰 경기라 해도 애국심만으로 매일 몇시간을 견딘다는 것은 더 할수 없는 고역이다.
경제문제 때문에 합동중계를 할 수밖에 없다 해서 지금처럼 시청자의 「채널」 선택권을완전히 몰수하는 횡포가 합리화될 수 있을까.
중계차를 현지로 실어 가서 일본TV에 까지 혜택을 베풀었다는 자랑도 좋지만 세방송이 시차제나 격일제 방송을 의논하는데 머리를 맞대는 일이 더 급하다.
□…몇몇 인기 「탤런트」들의 TV연속극 겹치기 출연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 얼굴이 그 얼굴이어서 식상할 정도라는 말 역시 새삼스런 이야기가 아니다.
TBC의 매일연속극 『여자의 얼굴』과 주말극 『하얀날개』는 주연급 「탤런트」들의 대거 겹치기 출연에다 인물설정이나 상황 전개가 너무 비슷해서 쉽게 구분이 어려울 정도.
우선 두「드라머」의 주인공인 정윤희가 고아 비슷한 처지의 가난한 여대생으로서 생활의 방편으로 영화배우와 사진 「모델」이라는 비슷한 직종을 지향한다거나, 그녀를 둘러싼 남자가 똑같이 잘 사는 집 아들인 한진희요, 만만찮은 「라이벌」이 있고 시끌법석하게 반대하고 나서는 대가족의 어른들이 많다는 것까지 공통점 투성이다.
매일 또박또박 찾아보는 착실한 (?) 시청자가 아니고는 어떤게 어떤 건지 조차 구별이 어려운 딱한 처지를 벗자면 둘중 하나가 커다란 방향전환을 해야할 것 같다.
□…KBS가 매일 저녁8시50분에 마련한 『바른 말 고운 말』 은 TV의 특성을 잘 살린 교양「프로」.
같은 성격의 「프로그램」의 「라디오」에서도 여러번 시도된적이 있지만, 시청각을 통한 교육효과면으로 볼때 TV쪽이 더 적합하다.
특히 한갑수씨의 원숙한 진행과 직접 화면에다 붓을 대고 쓰면서 설명하는 기획은 높이 살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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