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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진보 교육감 대거 당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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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중앙일보와 한겨레 사설을 비교·분석하는 두 언론사의 공동지면입니다. 신문은 세상을 보는 창(窓)입니다. 특히 사설은 그 신문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가장 잘 드러냅니다. 서로 다른 시각을 지닌 두 신문사의 사설을 비교해 읽으면 세상을 통찰하는 보다 폭넓은 시각을 키울 수 있을 겁니다.

중앙일보<2014년 6월 5일자 30면>
보수 궤멸로 나타난 교육감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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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전교조·진보 교육감의 압승이었다. 보수는 서로를 물어뜯으며 분열했고, 진보는 단일 후보에게 표를 몰아 단결한 결과였다. 친전교조 교육감이 권한을 행사하는 지역은 현재 5곳에서 곱절로 늘어나게 됐으며, 전체 초·중·고교의 과반수가 몰려 있는 서울·경기 등에서 모두 진보 교육감이 승리했다. 지방에서도 전교조 지부장 출신이 여러 명 교육감 자리에 올랐다고 한다.

특히 서울에서 보수 후보 사이의 분열은 곽노현 전 교육감에 이은 진보 서울교육감 출현을 도왔다. 고승덕 후보의 친딸 폭로 이후 벌어진 고 후보와 문 후보의 진흙탕 싸움은 보수가 신봉하는 가족의 가치를 허물어뜨렸으며, 유권자들은 이런 보수에 등을 돌렸다.

 유권자의 선택은 반드시 존중돼야 한다. 다만 전국 17개 시·도교육감 중 과반의 진보 교육감 탄생은 초유의 상황이다. 혹시 이명박 정부 시절처럼 교육부 장관과 진보 교육감이 사안마다 충돌하면서 그 피해가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에게 돌아갔던 악몽이 반복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정부가 정책을 결정해도 시·도교육감이 비토를 놓아 교육현장에서 혼선이 빚어지기 일쑤였다.

 이제 시·도교육감 17명으로 구성된 교육감협의회의 주도권도 진보교육 진영이 쥐게 됐다. 이렇게 되면 박근혜 정부가 어떤 정책을 추진하더라도 시·도에서 차단될 수 있다. 불과 6년 만에 교육감이 8차례나 바뀐 수도 교육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전임 교육감이 혁신학교를 늘리면 후임은 예산을 깎아버리고, 전임이 만든 자율형사립고는 신임 교육감이 폐지하겠다고 나서니 어느 누가 불안하지 않겠는가. 이런 악순환을 막으려면 교육부와 새로 당선된 진보진영 교육감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부작용을 최소화시켜야 할 것이다.

 또한 학생과 학부모를 실험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정책의 일관성과 책임성을 가로막는 현행 교육감 직선제는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2006년 직선제 도입 이후 교육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은 갈수록 희박해지고 있다. 과거처럼 교육감 임명제로 돌아가거나 시·도지사와 교육감 러닝메이트제 도입 등 시급히 대안을 논의해야 한다.

한겨레 <2014년 6월 5일자 31면>
세월호 참사가 몰고 온 ‘진보 교육감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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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지방선거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된 것이다. 2010년 선거에서 당선된 진보 성향 교육감은 16개 시·도(세종시 제외)에서 서울·경기·강원·광주·전남·전북 6명이었으나 이번에 거의 갑절로 늘었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뿐 아니라, 대구·경북·울산만 빼고 거의 전 지역을 석권하다시피 했다.

 언뜻 보면, 진보 성향의 교육감 후보들은 단합하고 보수 후보들은 분열한 데 원인이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단지 ‘보수 난립-진보 단합’이라는 구도 때문이라고 하기엔 설명할 수 없는 구석이 많다. 내용을 뜯어보면, 세월호 참사 충격이 진보 교육감 시대를 몰고 왔다고 보는 게 더 설득력이 있다. 세월호 참사가 학교교육의 중요성을 크게 부각시켰고, 30·40대 ‘앵그리맘’을 중심으로 한 학부모들로 하여금 경쟁과 효율을 추구하는 보수 성향의 후보보다 협력과 공존, 덕성을 중시하는 진보 성향의 후보를 선택하도록 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자치단체장·의원 선거에서 여전히 나타난 지역·이념 성향의 투표가 교육감 선거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점은 이런 해석에 힘을 더해준다고 할 수 있다.

 고승덕 서울시교육감 후보의 가정사 문제로 불거진 교육감의 자질에 대한 관심 고조와,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이 지난 4년간 교육 현장에서 차곡차곡 쌓아올린 혁신학교·학생인권조례·무상급식 등의 성과도 진보 교육감 시대를 연 요인으로 평가할 수 있다. 앞으로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은 교육현장에서 시민들이 보여준 압도적 지지와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기 바란다.

류대성 용인 흥덕고 국어교사

[논리 vs 논리] 진보 교육감 압승 … 중앙 “보수 분열 탓” 한겨레 “앵그리맘 심판”

진보 교육감 당선인들이 1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민병희(강원), 조희연(서울), 이청연(인천), 김병우(충북), 장휘국(광주) 교육감 당선인. [중앙포토]

대한민국 사람은 누구나 ‘교육’에 대해 할 말이 많다. ‘학교’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저마다 다른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객관적 거리를 두고 우리 사회 전체를 바라볼 때의 ‘교육’ 문제와 현실적이고 이기적인 욕망을 가진 학부모 입장에서의 ‘교육’ 문제는 전혀 다르게 보인다. 이런 현실에서 6·4 지방선거의 교육감 선거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10년 제5회 지방선거에선 16개 시·도에서 진보 성향 교육감이 6명뿐이었으나 이번 선거에서는 17개 시·도(세종시 포함) 중 대구·경북·울산·대전을 제외하고 13명이나 당선됐다. 이는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결과며, 향후 대한민국 교육의 변화를 예고한다고 볼 수 있다. 사상 초유의 세월호 침몰 사태가 수습도 되지 않은 상태라는 사회적 변수와, 보수와 진보 진영의 후보 단일화 문제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요소에 대해 중앙일보와 한겨레는 상당한 견해 차이를 보이고 있다.

 선거 결과에 대해 한겨레는 한마디로 ‘세월호 참사 충격이 진보 교육감 시대를 몰고 왔다’고 분석한다. 세월호 참사가 학교 교육의 중요성을 크게 부각시켰고, 3040 ‘앵그리맘’을 중심으로 한 학부모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중앙일보는 ‘보수는 서로를 물어뜯으며 분열했고, 진보는 단일 후보에게 표를 몰아 단결한 결과’라고 말한다. 특히 고승덕 후보의 친딸이 아버지의 교육감 자격을 부정하는 폭로를 한 후 벌어진 고승덕 후보와 문용린 후보의 진흙탕 싸움은 보수가 신봉하는 가족의 가치를 허물었고 유권자는 이런 보수에 등을 돌렸다고 분석한다.

 똑같은 결과에 대해 원인을 다르게 분석하는 것은 우리 교육의 문제를 보는 시각 차이기도 하다. 한겨레의 ‘유권자들이 경쟁과 효율을 추구하는 보수 성향의 후보보다 협력과 공존, 덕성을 중시하는 진보 성향의 후보를 선택했다’는 주장과 중앙의 ‘친전교조·진보 교육감의 압승’ ‘전교조 지부장 출신이 여러 명 교육감 자리에 올랐다’는 평가는 이를 간접적으로 증명한다. 각자 정치적 성향이나 지향이 다르다 보니 교육감 선거 결과 역시 크게 엇갈리게 평가하는 현실이 만들어졌다. 이념과 무관하게 서로 머리를 맞대고 모든 아이가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고민할 수는 없을까.

 세월호 참사와 더불어 지난 4년간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교육 현장에서 쌓아올린 ‘혁신학교·학생인권조례·무상급식’ 등의 성과가 ‘진보 교육감 시대’를 열었다는 한겨레의 평가와 ‘교육부 장관과 진보 교육감이 사안마다 충돌’하거나 ‘정부가 정책을 결정해도 시·도 교육감이 비토를 놓는’ 상황을 우려하는 중앙일보의 목소리는 서로 엇갈린다. 진보 성향 교육감들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는 한겨레와 과거 중앙 정부와 충돌했던 점을 지적하는 중앙일보는 6·4 교육감 선거 결과를 서로 다르게 평가한다.

 그렇다 보니 선거 이후에 대한 전망과 주문도 다르다. 한겨레는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이 교육 현장에서 시민들이 보여준 압도적 지지와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기 바란다’며 희망적인 당부를 아끼지 않는다. 반면 중앙일보는 성향이 다른 교육감이 바뀔 때마다 교육 정책이 달라지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 교육부와 진보 진영 교육감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부작용을 최소화시켜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중앙일보는 2006년에 도입한 교육감 직선제를 ‘반드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책의 일관성과 책임성을 가로막는다는 이유로 과거처럼 교육감 임명제나 시·도지사와 교육감 러닝메이트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중앙일보는 이번 교육감 선거 결과를 보고 현행 선거 방식에 대해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고, 한겨레는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교육감 직선제에 대한 극명한 시각차는 시간을 두고 차분히 논의할 문제다.

 교육은 정치와 무관하게 우리가 미래를 꿈꿀 수 있는 희망이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정부의 이념 성향과 정책 방향에 따라 교육의 목표와 방법도 달라진다. 서로 영향을 줄 수는 있으나 그것이 종속적인 관계로 전락한다면 우리 미래는 암울해진다. 보다 먼 미래를 내다보며 교육정책을 입안하고 사회적으로 합의된 후에는 교육정책이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한다. 교육감 성향에 따라 대한민국 전체의 교육이 흔들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어떤 교육정책이든 우리 사회의 미래가 고민의 출발점이다.

류대성 용인 흥덕고 국어교사

▶다음 주 논점  정부조직 개편

6월 24일자에는 정부조직 개편에 대한 중앙일보·한겨레의 사설과 김보일 배문고 국어 교사의 비교 분석 글이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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