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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피아' 셀프 개혁 힘들다 … 관료 출신 10 → 6명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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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관료형 인사는 줄고, 정무형 인사는 늘어났다.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개편, 13일 개각을 단행하면서 드러난 특징이다. 박근혜 정부 2기는 관료들이 줄어든 대신 정치인·언론인 등 ‘정무형’으로 분류할 수 있는 인사들이 늘어났다.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관료 마피아) 개혁이 핵심 국정과제로 등장하면서 관료의 기용이 퇴조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근혜 정부 1기와 확연히 달라진 부분이다.

 본지가 청와대 수석급 이상 13명, 내각을 이끌어갈 국무총리 후보자와 각 부처 장관 18명 등을 분석한 결과 이런 기조는 뚜렷하게 나타났다.

 개편 전 청와대 참모진과 내각의 주류는 행정고시나 외무고시 등을 거쳐 공무원 생활을 해온 관료 출신이었다. 청와대는 13명 중 6명(46.2%), 내각은 18명 중 7명(38.9%)이 관료였다. 관료에다 군인과 법조인 출신까지 합치면 청와대와 내각에 관료형 인재는 각각 9명, 10명으로 절반이 넘었다. 지난해 정부 출범 때 박 대통령이 전문성을 중요한 인사 기준으로 삼으면서 관료 약진 현상이 두드러졌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로 관피아 개혁과 국가개조가 급선무로 떠오르면서 박 대통령의 인선 기준도 바뀌었다는 평가다. 세월호 사고 수습 과정에서 관료제의 병폐와 한계가 드러나면서 정부 개혁을 이끌어가기 위해선 관료 출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건의가 잇따랐었다.

 관료 출신에게 ‘셀프 개혁’을 맡길 수는 없다는 목소리도 크다. 그러다 보니 조원동 전 경제수석과 모철민 전 교육문화수석 등 당초 입각이 예상되던 관료 출신의 내각 입성은 무산됐다. 청와대 참모로서 세월호 참사에 대한 포괄적 책임을 지는 의미도 고려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이들에 대해선 박 대통령의 신뢰가 깊은 만큼 다음 기회에 자리를 잡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법조인·군인을 포함한 관료형 인사는 개편 전 10명에서 6명(윤병세·황교안·한민구·윤상직·윤성규·이기권)으로 줄었다. 관료 출신의 공백을 박 대통령은 여론 흐름을 잘 간파하면서도 힘 있게 개혁을 추진해나갈 정무형 인사로 채웠다. 이번 개편으로 내각과 청와대의 정치인 출신은 각각 2명씩에서 3명씩으로 늘었다.

 관료 출신이면서도 언론계·정치권 경험이 풍부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발탁한 게 대표적이다. 최 후보자를 비롯해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유임된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등 새누리당 의원 출신 3명이 내각에 포진했다. 12일 청와대에 합류한 정치인 출신의 조윤선 정무수석, 안종범 경제수석은 당·청을 잇는 고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서 인준을 받을 경우 첫 기자 출신 국무총리가 되는 문창극 후보자와 SBS 앵커 출신의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등 언론인 출신은 2명으로 늘었다. 1기 내각엔 언론인 출신이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국민과의 소통, 여론 흐름을 읽는 게 중요해지면서 언론인 출신들을 발탁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교수와 연구원 등 학자 출신도 청와대(1명→2명)와 내각(6명→7명)에 각각 한 명씩 더 늘었다.

 ◆대구·경북은 늘고, 호남은 줄고=출신 지역별 분포는 개편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청와대에 서울 출신은 3명으로 변화가 없고, 내각에는 7명에서 6명으로 줄었다. 대신 강원(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과 이북(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 출신은 각각 한 명씩 포함됐다. 호남 출신은 청와대와 내각 모두 2명씩에서 한 명씩으로 줄었다.

 반면 3기 청와대가 출범하면서 2기에는 한 명도 없던 대구·경북(TK) 출신이 3명으로 늘었다. 출신 대학으로는 중앙대 출신(정성근 후보자,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이 내각에 새로 진입했다. 1기 내각 때 6명이나 됐던 서울고 출신은 3명으로 줄었다.

 개편 후 평균 나이도 청와대(61.54세→60세)와 내각(59.67세→58.67세) 모두 한 살 정도씩 젊어졌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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