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달달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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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신혼 후 한 달간이나 신혼여행 기간을 ‘허니문 ’이라고 하는데, 이것을 우리말로 옮기면 ‘밀월(蜜月)’이 된다. 꿀처럼 달콤한 달이란 뜻이다. ‘달다’의 말뜻을 찾아보면 ‘꿀이나 설탕의 맛과 같다’고 돼 있다. ‘달콤하다’는 이 ‘달다’에 감칠맛까지 더해졌으니 그 맛이 어떻겠는가.

 인터넷이나 신문 지면에서 ‘달달하다’라는 단어를 자주 볼 수 있다. 이 말은 대체로 두 가지로 쓰이고 있다. ㈎“인삼 무스는 인삼 향이 나지만 아주 부드러운 데다 뒷맛에는 크림에 가까운 달달함도 느껴졌다.” “밤늦게 달달한 게 먹고 싶어서 밖이 살짝 추웠지만, 편의점으로 달려갔습니다.”, ㈏“달달한 드라마[영화, 웹툰 등] 좀 추천해 주세요.” “달달한 음악 좀 깔아주세요.” 이렇게 쓰이는 ‘달달하다’는 현재 사전에 올라 있지 않은 말이다. 사전에는 동사 ‘달달하다’만 실려 있다. 위의 ㈎와 ㈏예문의 뜻과 확연히 구분되는 단어이므로 당연히 혼동할 여지는 없다.

 우선 맛과 관련된 ㈎의 뜻이라면 ‘달다’ ‘달곰[달금]하다’ ‘달콤하다’ 등과 구별되는, ‘달달하다’가 갖고 있는 의미 내용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달달하다’고 표현할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처럼 쓰이는 의미도 ㈎에서 확장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맛과 달리 잔재미가 있고 즐거운, 아기자기한 분위기나 느낌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런데 ㈏의 뜻이라면 ‘달콤하다’의 둘째 뜻풀이로 ‘흥미가 나게 아기자기하거나 간드러진 느낌이 있다’는 설명이 있다. 그러나 언중(言衆)은 언제나 새로운 표현을 찾아 쓰려고 한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이 ‘달달하다’를 방언으로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달달하다’는 ‘약간 단맛이 있다’나 ‘맛이 조금 달다’(장승욱, 『도사리와 말모이, 우리말의 모든 것』)는 뜻이고, 이외에 ‘흥미가 나게 아기자기하거나 간드러진 느낌이 있다’ ‘잔재미가 있고 즐거우면서 감미로운 분위기나 그런 느낌이 있다’는 의미도 있다. 그래서 ‘달달하다’는 표준어냐 방언이냐 하는 논쟁을 넘어 제자리를 찾아줄 만한 단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최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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