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또 화냈나요? 멀리서 소리치지 말고 다가가서 말해 보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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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아이 때문에 속 타는 학부모가 많습니다. 맞벌이라 출근 시간은 얼마 안 남았는데 “일어나라” 소리쳐도 아이는 이불 속입니다. 부엌에서 식사 준비로 바쁜데 이 지경이니 화가 치밉니다. 한참 후 일어난 아이는 등교 준비조차 제대로 하지 않네요. 엄마에게선 결국 거친 고성이 터져 나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후회가 밀려옵니다. 아이와 한바탕 소란을 겪은 엄마들은 “아침부터 머리 쥐어박아 학교 보냈더니 마음이 편치 않네요. 좋은 부모가 될 자질이 없는 것 같아요”라고 토로합니다.

 서천석 행복한아이연구소 원장은 의외로 간단한 처방을 제안합니다. 부모들이 화내는 대부분의 상황이 멀리서 시키는데 아이가 빨리 반응하지 않는다는 이유랍니다. 그는 “TV를 보 는 아이들의 뇌 공간은 현재 하는 일을 처리하느라 부모가 멀리서 불러도 소리만 들릴 뿐 중요하다는 인식을 하지 못한다”며 “가까이 가서 아이에게 말하면 대부분 따른다”고 강조합니다. 아이에게 부모가 지시하는 방법만 바꿔도 충돌 요인이 줄어든다는 겁니다. 무조건 상냥하게 말할 필요도 없답니다. 가까이서 요점을 분명하게 얘기하면 됩니다. 설거지하며 여러 번 소리치는 것보다 아이에게 한 번 다가가 말하는 게 시간도 적게 걸립니다.

 “때때로 매우 엄격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아이가 무시할 것”이라고 걱정하는 부모도 있을 겁니다. 반짝 효과는 나겠지만 정작 부모의 권위는 오히려 떨어진다고 전문가들은 얘기합니다. 부모가 화를 내면 자녀들은 자신을 챙겨주는 더 큰 존재가 아니라 대결해야 할 상대로 여깁니다. 서 원장은 “자녀가 어떤 행동을 하든 흥분을 덜하는 게 중요하다”며 “직장에서도 믿고 따르고 싶은 상사가 누구인지를 떠올려보라”고 충고합니다. 부모와 자식 관계도 일반 인간관계와 똑같으니까요.

 아이에게 불같이 화내는 때가 다른 학부모들과 함께 있을 때였나요. 남들 보기 부끄럽다는 생각 때문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부모 체면을 세워주기 위한 존재가 아닙 니다. 서 원장의 저서 『하루 10분 내 아이를 생각하다』에 있는 글귀를 소개합니다. 화가 날 때면 떠올려 보시죠. “작은 유리 상자에 나비가 있습니다. 나비는 자꾸 벽에 부딪힙니다. 나비가 상자에 반항하는 걸까요? 조금 큰 상자라면 다르겠지요. 안에 꽃도 넣어주면 편안히 지낼지도 몰라요. 당신은 아이에게 얼마나 큰 상자입니까. 부모에게 속상한 일, 불편한 감정이 쌓이면 아이는 소재가 됩니다. 힘 없는 가장 낮은 곳, 감정의 하수구에 아이가 있습니다. 고집대로 안 해준다고 떼쓰는 아이, 혼낼 필요 없습니다. 들어주지 않으면 됩니다. ‘엄마가 네 고집을 다 받아주면 널 멋진 딸로 키울 수 없단다. 속상한 건 이해하지만 엄마는 참는 걸 가르쳐야 해.’ 아이는 잘못된 게 아니고 덜 자랐을 뿐입니다.”

김성탁 교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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