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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항, 냉철하게 판단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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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갑생 기자 중앙일보 교통전문기자
강갑생
JTBC 사회1부장

얼마 전 끝난 지방선거에서도 많은 공약이 쏟아졌다. 그중에 동남권 신공항 유치도 들어있다. 대표적인 친박 인사인 서병수 부산시장 당선인이 내걸었다. 그는 “동남권 신공항 건설에 시장직을 걸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그만큼 강한 의지를 표명한 거다. 이 때문인지 요즘 부산에선 신공항 얘기가 많이 거론되는 것 같다. 특히 지역 언론에선 신공항 유치 가능성 관련 기사나 사설이 연이어 나온다.

 동남권 신공항은 2011년 초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온 바 있다. 교통 전문가들로 구성된 평가위원회에서 내린 결론이었고 정부가 이를 수용했다. 하지만 신공항은 부산·경남은 물론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결코 사그라지지 않은 불씨였다. 해당 지역들로선 신공항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부산만 봐도 김해공항에 승객은 늘어나는데 공항은 좁아 보인다. 국제선을 많이 띄울 수 있는 공항이 생긴다면 굳이 멀리 인천공항까지 갈 필요가 없다. 또 항공편을 통한 수출에도 시간과 비용이 꽤 절약될 수 있다. 중국 관광객이나 환승객 유치에도 유리하다. 대략 이 정도가 신공항을 요구하는 주요 이유다.

 하지만 조금만 냉정하게 보면 결코 간단한 사안이 아니다. 지금 전국은 KTX(고속철도)로 빠르게 이어지고 있다. 특히 서울과 영호남 지역은 KTX 노선이 더 촘촘하다. 게다가 이달 말이면 부산역에서 인천공항까지 직접 연결하는 KTX도 개통된다. 3시간 반이면 도착 가능하다. 아주 급한 출장이 아니라면 해외 여행을 위해 감내할 수 있는 시간일 듯싶다. 일부에서 굳이 신공항이 왜 필요하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비용도 문제다. 규모에 따라 유동적이지만 대략 10조원 안팎으로 거론된다. 활주로 하나만 우선 만든다는 조건에서다. 그런데 더 따져봐야 할 게 있다. 공항과의 연계 교통수단이다. 공항이 들어선다면 도로도 닦아야 하고 철도도 연결해야 한다. 이 비용만 해도 족히 몇조원은 된다. 인천공항만 해도 신공항고속도로에 1조5000억원, 공항철도에 4조원 넘게 투입됐다. 이렇게 보면 줄잡아 15조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엄청난 돈이다. 그래서 더 꼼꼼히 검토하는 과정이 요구된다.

 때마침 전문가들로 구성된 정부 조사단이 신공항 건설과 관련된 항공 수요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르면 8월께 결과가 나온다고 한다. 정치적·지역적 논리를 앞세우기보다 이 결과를 보고 객관적으로 평가하면 어떨까. 지역 출신 정치인 누구누구가 실세라고 해서 무조건 정부를 압박해선 곤란하다. 혹자는 너무 서울 중심적 주장 아니냐고 반박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신공항은 그냥 한 지역만의 사업이 아니다. 돈이 워낙 많이 들고 국가적으로 미치는 영향도 막대하다. 남의 일이 아닌 이유다. 다시 한번 당부한다. 정치나 지역 논리가 아닌 경제성·효율성으로 신공항을 판단하자. 그게 혹시 모를 예산낭비·과잉투자 논란을 피하는 길일 듯싶다.

강갑생 JTBC 사회1부장